brunch

최 기자가 만난 사람 6) 이준석 개혁신당 국회의원

그의 우울하고 슬펐던 표정이 떠오른다

by 최재혁


어떤 날의 짧은 시간을 떠올려 보려고 한다. 어느 화창한 날, 종로 고층빌딩에서 거대한 포럼이 열렸다. 나는 경제연구소 연구원으로도 있기에, 자격이 주어져 참가했다.

포럼은 중앙 5대 신문사 중 하나에서 열렸기에 거물급 인사가 모두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는 각각 대리인과 영상으로 축사를 전달했다.


이후 이준석 당시 당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참석했다. 지금 당대표 선거 중인 김기현 당시 원내대표도 있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이준석은 작년 10월 당대표 자격 박탈로 인해 자리를 내려놓았다. 아직 수사기관에서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당의 대처라고 비판했지만, 이런저런 소문이 휘돌며 결국 짧은 당대표 생활을 끝마쳤다.


나는 그날 이준석과 함께 있었다. 징계 결과가 발표되던 날 아침, 그는 포럼에서 축사를 진행했다. 상당한 달변가였다.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방송에 나와 토론을 펼쳤던 그의 경력, 청년 정치인으로서 수많은 고비를 넘겼던 사람답게 듣기만 해도 언변에 박수가 나왔다.

축사를 마친 이준석은 자리에 앉았다. 재밌는 건 당시 김기현 원내대표가 바로 옆에 앉았다. 둘은 포럼 진행에 맞춰 간단한 리액션을 펼쳤지만, 서로 핸드폰을 보거나 대화를 이었다.

나는 기자 정신을 발휘해, 혹시 모를 이준석, 김기현의 표정 변화와 대화를 청취하려 극도로 몰두했다. 둘은 잠시 속닥거리더니 이준석이 피식하고, 김기현이 등을 토닥였다. 아마 당의 결과를 예상하지 않았을까.

이준석.jpg


어느 정도 축사가 마무리되자 이준석 전 당대표는 자리를 벗어났다. 혹여나 취잿거리가 있을까 싶어 일단 따라갔다.

나와 함께 3명의 기자가 그를 따라붙었다. 기자들은 이준석에게 "징계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나요?"라고 묻자, 정확한 내용은 기억 안 나지만 "별문제 없을 겁니다"라고 했던 것 같다.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뉘앙스였다.


밤잠 설쳤는지 부시시한 머리와 트러블 가득한 얼굴, 또래의 청년 정치인이 몰락하는 과정을 봐서일까. 어떻게든 버텨보려는 그의 끈기 때문이었을까? 그에게 한발 다가가고 싶었다.


엘리베이터 앞에 당도한 이준석 전 당대표. 밤잠을 설쳤는지 부시시한 머리와 트러블 가득한 얼굴을 보니, 왠지 모르게 안쓰러웠다.

나와 같은 또래의 청년 정치인이 몰락하는 과정을 봐서일까. 어떻게든 버텨보려는 그의 끈기 때문이었을까? 그에게 한발 다가가고 싶었다.


사진을 요청했다. 거절당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는 흔쾌히 사진 요청을 받아들였다. 서로 어깨를 기대며 포즈를 취하는데, 한마디 거들고 싶었다.


나는 "저는 이대남입니다. 이준석 대표님 응원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대남이 어떤 뜻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당시 20대 남자였으니. 이준석은 피식 웃었다. "감사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다신 볼 수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난 그의 팬이 아니다. 한 번도 정치 성향이 같은 적 없었고, 그의 행동을 응원한 적 없었다. 상황과 환경 탓이었을까. 그의 축사를 듣고, 마지막일 듯한 모습을 보니 안쓰러웠다.


그가 어떤 사람이든, 청년 정치인이 더 나왔으면 한다. 이준석, 천하람, 류호정, 박지현 등 가능성 있는 20·30대 정치인을 강력히 원한다. 정치는 다수이자 소수를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대 출신의 법조인은 대한민국 시민 중 극소수에 불과하다.


어찌 됐든 그가 다시 일어서길 바란다. 이대로 무너지기엔 너무 아쉽지 않은가!


* 만나고서 느낀 세 줄 포인트


이준석 의원은 국민의힘을 나와 개혁신당에서 지역구 선거를 따냈다.

그의 오랜 염원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는데

소수정당으로서 미래가 불투명한 건 마찬가지다.

keyword
화, 목 연재
이전 05화최 기자가 만난 사람 5) 정운찬 전 국무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