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내 이름을 찾아서

기초수급자라는 주홍글씨

by 느리게 걷는 길


이 낯선 지역에서, 그녀를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포스터 속 얼굴이 조금씩 알려지며 사람들의 인사도 늘어났다.

공천 서류를 준비하던 어느 날,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학대 혐의로 조사가 필요합니다."

그 말 이후로, 세상의 소리가 잠긴 듯했다.

가장 먼저 멈춘 건, 선거 준비였다. 서류는 내지 못했다. 공천도, 선거도, 이름도 그대로 멈췄다. 남편은 그때부터 연락이 끊겼다. 전화도, 문자도. 그녀는 그렇게, 두 아이와 함께 남겨졌다.


실질적 한부모가정이 되었다.


마냥 누운 채, 일어나지 못하는 날들이 길어졌다.

모아두었던 돈은 점점 줄었고, 그녀는 점점 자신이라는 사람을 잃어갔다.


부모님께는 말할 수 없었다.

현재 상황을 이야기하는 순간, 딸로서, 엄마로서, 사회 속 어떤 역할로도 존재하지 못할 것 같았다. 지인에게 손 벌리는 성격도 아니었기에, 결국 그녀는 혼자 견뎠다.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할 때마다 코드가 점점 늘어났다.

이때 처음 알았다.

우울증은 단지 울적한 기분상태 아닌,

정신적 무기력함이라는 걸.


지금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뉴스를 접하면 남 일 같지 않다.



부끄럽지만, 그녀 역시 한 때 온전치 않은 정신으로,

고통 없이, 확실하게 잠드는 방법도 알아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살아가야 했다.

차라리 해외 입양이 나을까?라는 고민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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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홀로 아이를 키우던 누군가가

동사무소에서 쌀을 저렴히 살 수 있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억울함을 생각하면 작은 저항이었고,

그동안 대가 없이 봉사를 했던 경험들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늦은 권리라고 정당화하며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동사무소를 향했다.


쉽고 간단하지는 않았다.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최대한 모아서 다시 방문했을 때,

"의료 2종도 가능합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의료 2종. 기초수급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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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엄마는

"엄마가 그동안 봉사활동 많이 해서 나라에서 주는 거야"

라며 아동급식카드를 나누어 주었다.


그날 저녁, 아이들은 짜장면을 시켜놓고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고 말하고는 바로,


"우리 엄마는 탕수육이 더 좋다고 하셨어"

장난치는 듯 맛있게 짜장면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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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엄마는 웃었지만, 그 순간 문득 울컥했다.

상황을 모를 줄 알았던 아이가, 그 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아팠다.


그리고 어쩌면,

사라진 내 이름을, 가장 먼저 다시 불러준 건 아이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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