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공채는 사라지고, 수시는 남았다

채용방식변화, 공채, 수시 채용

by 문장담당자

"공채는 사라지고, 수시는 남았다"


언젠가부터 채용 일정이 사라졌다.
하반기, 상반기, 서류 접수일, 필기시험, 면접일정…
모두가 기다리고 준비했던 그 질서 있는 채용 시즌은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다.

공채가 사라지고, 수시채용이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취업시장 전체를 바꾸고 있다.


공채는 회사가 중심이던 시대의 유산이다

공채는 한 마디로 말하면 “회사 중심의 채용방식”이었다.

회사가 정한 시기에, 회사가 설계한 일정대로, 회사가 필요한 인원만큼 사람을 뽑았다.

기업은 이를 통해 신입사원을 한 번에 교육하고, 한 기수로 관리하며, 장기적인 인재풀을 확보할 수 있었다.

구직자도 그 질서 속에서 채용 시즌에 집중하면 되었고 몇 번 떨어져도 ‘다음 시즌’이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수시채용은 ‘타이밍’과 ‘속도’의 싸움이다

수시채용은 말 그대로다.
빈자리가 생기면 바로 뽑는다.
계획된 인력이 아니라 필요한 인력을 즉시 채용한다.

기업 입장에선 유연하고 효율적이다.
리스크 없이 적시에 인력을 확보할 수 있고 조직 상황에 따라 전략적 채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구직자 입장에서는 훨씬 복잡하고 더 어려워졌다.

이를테면,

언제 채용이 열릴지 알 수 없다.

기간이 짧고 예고도 없다.

경쟁자는 신입만이 아닌 경력자까지 포함된다.

떨어져도 ‘다음 시즌’이란 게 없다.

기회는 짧고, 속도는 빠르며, 정보는 제한적이다.


인사담당자로서 이 변화를 체감하는 순간들

나는 인사팀에서 채용을 기획하고 운영하며 수시채용이 가진 장단점을 누구보다 체감한다.

장점은 명확하다.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인력을 빠르게 모을 수 있다.
채용 기획부터 면접, 오퍼까지 보통 4주 안에 완료된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하다.
브랜드 인지도 낮은 기업은 지원자가 부족하거나 퀄리티가 낮아질 수 있다.
또 회사가 공개적으로 채용을 알리기 어려운 경우 좋은 인재와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힘들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원자 입장에서 너무 많은 준비를 요구한다.

서류는 상시 준비, 포트폴리오는 직무 맞춤, 자소서는 지원동기 완성도 높게, 면접은 단기 일정으로 스케줄 조정…

한 마디로 말해 “항상 준비되어 있는 사람만 살아남는다”는 구조다.


이제 취업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수시채용 시대엔 단순히 ‘스펙’을 쌓는 것보다
‘시장 반응성’을 키워야 한다.

1. 상시 지원 가능하도록 이력서와 자소서를 최신화하라
내 서류가 지금 이 순간 누군가에게 보일 수 있다는 전제로 준비하자.
정리된 기본서류 하나는 꼭 있어야 한다.

2. 관심 기업은 최소 10개 이상 리스트업하라
공고를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알림 설정도 적극 활용하자.
관심 기업은 매주 체크하는 습관을 들이면 기회가 보인다.

3. 직무 핵심 언어를 내 언어로 바꾸는 연습을 하라
포트폴리오, 자기소개, 면접 질문에 대비해 내가 ‘왜 이 직무를 선택했는지’를 직접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수시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기회를 주는 시스템이다.

그게 가장 무섭고도 냉정한 점이다.


공채의 종말, 수시의 시대. 그 속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

나는 때때로 이 급변하는 채용 시장이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늘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늘 자기를 증명해야 하고, 한순간도 쉬지 말아야 하는 삶.

그건 분명, 지친다.

그래서 인사담당자로서 나는 이 시스템 안에서 사람을 더 잘 이해하려고 애쓴다.

면접을 할 때,

“왜 이 타이밍에 지원했을까?”
“지금 이 사람은 얼마나 준비되어 있었을까?”
그 질문을 단순히 평가의 잣대가 아니라 맥락을 읽는 눈으로 바라본다.


수시 채용은 단기전 같지만 결국은 장기전이다

공채는 극소수로 줄어들었지만, 사람은 여전히 회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자산이다.

회사는 끊임없이 좋은 사람을 찾고 있다.
단지 그 방식이 조금 더 조용하고, 빠르고, 예고 없는 형태가 된 것뿐이다.

그러니 지금 이 시대를 사는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공채는 많이 사라졌지만, 사람의 진심은 여전히 살아 있다.
준비된 사람에게는 수시 채용 아닌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