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 사람을 보다, 인사를 이해하다
"정규직이 되지 못한 그날 - 계약직과 정규직 사이의 이야기"
“저는…안 되는 거죠?”
그 말 앞에서 나는 어떤 단어도 쉽게 꺼낼 수 없었다.
면담실 안, 계약직 구성원 한 분이 조용히 웃으며 물었다.
그 질문엔 이미 대답이 들어 있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정규직 전환 대상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없다는 사실을.
인사담당자는 종종 ‘기대’를 조율하는 자리에서 ‘사실’을 전달해야 할 때가 있다.
그 순간마다 나는 사람이 먼저인지, 시스템이 먼저인지 마음속 저울이 흔들린다.
정규직.
그 두 글자는 이 조직에서 나를 얼마나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일종의 ‘신호’다.
같은 일을 해도, 같은 자리에 앉아 있어도, 고용형태가 다르면 세상은 다르게 본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람 스스로가 ‘나를 다르게 느끼게 된다.’
나는 그런 감정을 무시하지 않으려 한다.
비정규직이란 단어는 제도이지만, 그 단어를 듣는 사람에겐 감정이다.
“나는 아직 여기의 일부가 아닙니다.”라는 문장.
“나는 잠시 머무는 사람일 뿐입니다.”라는 체념.
그게 때로는 말보다 먼저 그 사람의 말투에, 표정에, 눈빛에 배어난다.
한 구성원이 계약직 종료일을 일주일 앞두고 조용히 나를 찾아왔다.
“마지막 날, 인사팀에 들러도 될까요? 고맙다는 말 하고 싶어서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지만, 그날 밤 한참을 앉아 있었다.
고맙다는 말을 하러 오는 사람이 정규직이 되지 못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내 마음을 오래 아프게 만들었다.
계약직이라는 자리는 대체 인력이 필요하거나, 업무량이 일시적으로 늘어날 때 만들어진다.
합리적인 이유다.
하지만 그 자리를 채우는 사람은 합리적인 시스템 속에 감정을 숨기고 일해야 한다.
오늘도 내일도, 그 끝을 알면서 일해야 하는 자리.
나는 그런 사람들의 일상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려 한다.
‘정시 출근’이나 ‘업무 적응도’ 같은 수치만이 아니라
그들이 만든 분위기,
그들이 쌓은 신뢰,
그들이 감당한 공백에 주목하려 한다.
가장 어려운 건 그들이 기대하지 않으려는 순간이다.
“지난 번 직장처럼 이번에도 그냥 조용히 나가야죠.”
“다음에도 또 기회가 있겠죠 뭐.”
그 말들 속에 실망을 스스로 줄이려는 방어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 방어를 마주할 때 나는 묘하게 죄책감을 느낀다.
그 감정은 내가 책임져야 할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의 이름이 조직 안에서 지워지는 순간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사람으로서, 나는 그 마음을 끝까지 붙잡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인사담당자의 역할이자 사람을 보는 자리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나는 비정규직이란 이름 대신 그 사람의 일을 먼저 말하려 한다.
“이 분은 지난 두 달간 팀의 누수를 막아주셨어요.”
“갑자기 비어버린 자리를 당연하게 채운 분이에요.”
그 말 한마디라도 조직이 사람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정규직이 되지 못한 그날 나는 메일을 보냈다.
감사와 존중의 말을 담아 퇴사자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
그리고 그 메일 마지막 줄에는 이렇게 적었다.
“당신이 이 조직에서 했던 모든 시간은,
결코 임시가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