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자 씨는 고구마튀김, 정웅 씨는 오징어 튀김
G전통시장, S 동네로 이사오기 전까지 학교 가는 길에도 가끔 오고 갔던 그 시장.
특히 중학교 때는 일부러 왕양, 윤양, 김양이랑 이 시장길로 하교하기도 했었는데,
받은 용돈이 좀 두둑했던 날에는 말이야.
시장길 따라 쭉 올라가면서 이거 저거 사 먹는 재미로. 시장 구경도 하고.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는 그곳.
언제 한 번은 가봐야지 하면서도, 어느새 강산을 몇 번이나 바꿔버렸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니까.
그곳도 지금은 많이 변했을 테고, 막상 가면 길 잃고 헤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도 궁금해서 한 번쯤 검색해 본 적이 있었어.
그대로는 아니겠지만, 주변이 워낙 많이 바뀐 거에 비하면 시장은 그리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더라.
내 기억엔 길고 큰 시장이었던 거 같은데...
가물가물 아지랑이 같은 기억이라...
요즘은 전통시장 구조가 다 비슷해진 거 같아. (아닌가?)
좀 더 크냐, 작냐, 지역 명물이 있느냐, 그런 차이는 있지만 시장 자체가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는 듯해.
과거 내 기억과 지금의 시장이 오버랩되다가, 결국 하나로 겹쳐져 버리네. ㅎㅎ
옛 기억은 흐릿하고 지금 기억은 또렸해서 그런 것도 같아.
재래시장이 잊을 수 없는 그곳은 또 아니니까.
지금도 또렷한 건,
"맛있다"는 말에 긴 순대를 덥석 잡아 더 썰어 담아 주시던 그 순대집 아주머니.
그리고 시장 초입에 들어서서 몇 걸음 걷다 보면 곧바로 나왔던 노점 튀김집.
그 집 김말이랑 식빵튀김 진짜 맛있었는데...
다른 것도 다 맛있었지만, 이 두 가지는 정말 ‘아삭촉촉’ 베스트였어.
영자 씨는 금방 튀겨낸 고구마랑 야채 튀김을 좋아했잖아.
어느 날 내가 "영자 씨, 왜 고구마랑 야채 튀김만 먹어?" 물었더니,
"크잖아."라고 심플하게 대답해서 빵 터진 기억이 나. 하하.
정웅 씨는 오징어 튀김을 사가면 소주랑 간장만 가지고도 맛있게 드셨고.
우리 모두 좋아한 새우튀김이 그 당시 노점에서는 팔지 않았지만,
있었더라도 우리는 비싼 새우는 외면했을 거야.
어쩌다 한 번은 먹어봤을까?
오늘은 또 다른 G전통시장에 갔는데,
그곳 분식집 튀김이 너무나 먹음직스러워서 침이 꼴딱.
백종원 님이 다녀간 뒤 더 유명해진 분식집인데 원래는 떡보기가 명품인 집이야.
그치만 떡볶이에 순대와 튀김은 빠질 수가 없는 조합이니까 여기도 듬뿍 쌓아두고 팔고 있었어.
김말이, 새우, 오징어, 고구마, 야채... 옛날 생각하며 하나씩 다 먹고 싶었지만,
하필 치과를 급히 가는 길이어서... 그걸 못했네.
내가 정말 좋아했던 식빵 튀김은 요즘은 보기 힘들어. 왜 안 만들지?
사실 그때도 매니아들만 먹긴 했지 그 식빵 튀김은.
영자 씨 생각하며 고구마도 하나 먹고, 정웅 씨 드릴 새우도 좀 사고... 그러려고 했는데
알다시피 튀김 냄새는 감출 수가 없잖아.
먹고 가자니 이빨 검사 전 구석구석 양치질 하기가 귀찮았어.
요즘은 이 사이가 자꾸 벌어져서 양치질만으로는 되질 않아.
구석구석 정리하려면 생각보다 시간도 많이 들고, 손이 많이가.
치과에서 기본 세정은 해주겠지만, 지저분한 거 창피하니까.
안 그래도 관리를 못해서 점점 누렇게,
못난이 치이가 되어가고 있거든.
그래도 새우튀김은 좀 사 올걸.
요즘 정웅 씨는 오징어는 안 드셔.
질겨서 싫으시대. 새우도 한두 마리 드시면 다야.
건강 문제로 절주 하신 뒤로는 튀김 같은 건 잘 안 드시네.
치료받고 오는 길에 옛날 스타일 야채빵을 하나 사서 먹었어.
요거. 기억나?
그땐 야채 햄버거라고 불렀던 것도 같은데,
지금보다 훨씬 작고 아담했던 야채빵.
나만큼 그대도 이 빵을 좋아했는데.
내가 너무 먹는다고 걱정했던 그 시절, 10대 땐, 앉은자리에서 4-5개도 거뜬히 먹어버렸지.
튀김은 6-7개쯤은 한 번에 클리어.
참아서 그 정도였으니 걱정할 만했어.
난 여전히 이런 스트릿푸드(street food), 길거리음식 너무 사랑해.
내 영혼의 음식들~
물론 넘버 원 소울 푸드는 영자 씨의 수제비.
아... 먹고 싶다. 같이...
영자 씨,
옛날 그곳, 초등학교 당신과의 추억,
중학교 친구들과의 추억이 있는 G시장.
가볼까 하다가 그만뒀어요.
그냥 비슷한 재래시장일 테고, 우리가 기억하는 그 순대와 튀김집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의미 없는 일 같아서요.
가끔은 몇십 년이 지나도 남아 있는 가게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함께 그곳을 오가던 친구들도, 영자 씨도, 지금은 곁에 없고...
저에겐 그 먹거리들을 함께 즐기던 당신들이 그 시장의 추억이거든요.
이젠 저도 친구들을 그리워할 나이가 되었나 봐요.
영자 씨가 종종 고향 친구들을 떠올리시던 것처럼요.
제겐 여전히, 중학교 시절 혹은 조금 더 어른스러워진
그 얼굴들만 남아있어요.
어설픈 으른 화장하고 몇 번 만난 후, 어쩌다 소식이 끊긴, 몇몇 친구들이 요즘 문득 생각이 나요.
아마도 잘 지내겠지요, 저처럼요.
어쩌면 누군가는 브런치 작가가 되어, 지금도 글을 쓰고 있을지도 모르죠.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간절한 얼굴들 중에,
‘작가’와 딱 맞아떨어지는 사람은 없지만… 후훗.
저처럼 G시장의 그 먹거리를 떠올리며,
"우리가 어쩌다 헤어졌더라?" 하고
골똘히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소울푸드(Soul Food) : 개인의 감정과 추억, 정서적인 위로가 담긴 음식
#영자씨에게 #시장기행 #스트릿푸드 #추억의음식 #튀김사랑 #그때그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