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만난 여름

마을 개천으로 물놀이 다녀오기

by 삼콩

아이들과 개천에 다녀왔다. 아직 한여름은 아니지만 날이 꽤 더워져 괜찮을듯했다. 수박도 한 통 챙겼다. 학교에서 개천까지 걸어서 20분. 5, 6학년 선배들과 함께 한 줄로 좁은 인도를 걸어갔다.


개천은 깊지 않았지만 깨끗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처음 물에 발을 담갔을 때, 날을 잘못 고른 게 아닌가 싶었다. 물이 너무 차가웠기 때문이다. 공기에선 초여름의 냄새가 났지만 물은 아직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아이들은 수온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잘만 놀았다. 꺄르륵 거리며 물장구를 치고 총총 돌을 건넜다. 물고기를 잡는다고 수경을 쓰고 잠수를 하기도 했다. 높은 옥타브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웃음소리는 개울물을 따라 흐르다 햇살에 부서졌다. 몇몇 용감한 아이들은 개천을 따라 끝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모험가의 뒷모습이었다.


‘쩌-억’


한창 신나게 물놀이를 하다 수박을 반으로 갈랐다. 설레는 순간이다. 이 수박은 얼마나 잘 익었을까. 마치 설날 받은 세뱃돈 봉투를 빼꼼 열어볼 때의 기분이다. 붉은 속살이 드러났다. 수박을 먹기 좋게 잘랐다. 홀딱 젖어서는 한 조각씩 들고 오물오물 먹는 아이들이 귀엽다. 항상 이렇게 근심 없이 물장구치고 놀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매일매일이 달콤하고 시원한 수박 같기만 하면 참 좋을 텐데.


시선을 돌리니 JL 이와 JH 이가 사이좋게 손을 잡고 돌길을 걷고 있다. 교실에서는 눈만 마주치면 으르렁거리던 두 아이들. 밖으로 나왔을 때의 신기한 점 중 하나는 교실에서 치고받던 아이들이 안 싸운다는 거다. 이 장면을 생중계로 JL 이와 JH이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다. 그리고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아이들이 교실에서 그렇게 싸웠던 건 정말 이 아이들의 문제였을까?



학교로 돌아오는 길.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처음 가는 길보다 짧게 느껴진다. 수박과 간식을 그렇게 먹었는데도 아이들은 급식도 와구와구 잘 먹었다. 물놀이하느라 힘을 많이 썼나 보다. 숙제로는 개천에 다녀온 일을 일기로 써오게 했다. 내일 어떤 글들을 써올지, 오늘 하루가 아이들에게는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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