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 체험학습

by 삼콩

한번 같은 반 친구는 영원한 같은 반 친구다.


작은 학교에는 한 학년에 한 반뿐이다. 그래서 ‘같은 반 친구’가 갖는 의미가 큰 학교와는 다르다. 미우나 고우나 끝까지 함께해야 하는 가족 같은 존재다.


지금 3학년인 우리 반 아이들이 2학년이었을 때, 우리 반은 열두 명이었다. 열둘이라는 숫자는 참 좋았다. 짝을 지어도, 셋으로 나눠도, 넷이서 뭉쳐도, 여섯으로 팀을 짜도 딱 떨어지는 숫자였다. 우리나라의 일 년 열두 달이 뚜렷한 것처럼, 우리 반 열두 아이들의 개성도 또렷하고 조화로웠다.


2학년에서 3학년으로 넘어가던 겨울, 한 친구가 큰 학교로 전학을 갔다. 눈웃음이 귀엽고 웃음소리가 햇살처럼 부서지는 밝은 친구였다. 마음 씀씀이가 넓고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어울려 학급의 모든 친구들과 사이가 좋던 아이였다. 친구들은 모두 HS를 좋아했고, 떠나는 걸 많이 아쉬워했다.


겨울이 지나고 아이들을 다시 만났을 때, 아이들의 여전히 HS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HS의 별명이었던 ‘현미밥’이 나오면 그리워했고, 최애 반찬이었던 버섯이 나오면


“오늘 HS가 좋아하는 버섯 나오네.”


“HS가 있었으면 좋아했겠다…”


하며 한숨을 폭 쉬기도 했다.


아이들이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우리 어른들은 보고 싶으면 보는 법을 안다. 연락해서 약속을 잡거나, 직접 만나지 못해도 쉽게 근황을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아이들은 방법을 모른다. 보고 싶으면 그냥 마음속으로 보고 싶어 한다.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어 쉽게 연락이 되는 편이지만 아이들의 연락은 스쳐 지나가는 여우비 같다.


나도 어렸을 때 전학 간 친구를 그리워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떤 방법으로든 연락할 수 있었는데, 방법을 몰라 마음속으로 그리워하기만 했다. 진심으로 좋아했던 담임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가셨을 때도 매일 밤 그리워하기만 했다. 누구에게 마음을 나누고 도움을 청하는 방법까지 생각하질 못했다. 아이들은 누구보다 진심이지만 누구보다 서툴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함께 HS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이번 활동의 이름은 현장체험학습 대신에 ‘HS체험학습’이 됐다. 가장 많이 HS를 그리워했던 SY이가 지은 이름이다. HS가 다니는 학교에 연락해 조심스레 허락을 맡고 약속을 정했다. 다행히 HS의 새로운 담임 선생님께서는 흔쾌히 협조해 주셨다. HS의 어머님께도 연락해 그날 꼭 학교에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HS에게는 이 모든 걸 비밀로 했다.


이번 주엔 HS에게 줄 편지를 쓰고 플래카드도 만들었다. 편지를 모아서 정리하다 아이들의 진심이 돌직구로 마음에 꽂혀 눈물 한 방울 흘리기도 했다. 아이들의 진심은 훅 들어와 깊이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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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일 아침, HS를 만나러 간다. 어른인 나도 설레는데 우리 반 어린이들은 오늘 어떤 마음으로 잠들지 궁금하다. 아마 콩닥콩닥 마음이 두근거려 쉽게 잠들지 못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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