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4시 20분 에듀버스로 함께 하교한다. 4교시까지 수업이 있는 날은 5교시부터 8교시까지 늘봄(방과후) 수업이 있고, 6교시까지 수업이 있는 날은 7교시와 8교시에 늘봄 수업이 있다. 아이들은 종일 학교에서 지낸다.
12시 30분에 점심시간이 있고, 따로 간식 시간은 없다. 성장기 아이들은 항상 배가 고프다. 가끔 어떤 아이들은 학교에 오자마자 배가 고프다고 하기도 한다.
“아침 안 먹었어?”
“아니요, 먹었는데도 배고파요.”
점심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배고픔은 커진다. 아이들은 배를 움켜잡고 서로의 허기를 나눈다. 이미 다 외우고 있는 오늘의 급식 메뉴를 굳이 한 번 더 확인하기도 한다.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되면 콧노래를 부르며 오물오물 맛있게 밥을 먹는다. 점심을 먹고 친구들과 뛰어놀다 보면 배가 꺼진다. 금세 허기가 다시 찾아온다. 집에 갈 시간은 아직 한참 남았는데 말이다.
처음에는 간식을 가지고 오지 못하게 했다. 그랬더니 아이들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몰래 간식을 먹었다. 비밀스러운 표정으로 가방 속에서 무언가를 한 움큼 집어 밖으로 나갔다.
‘뭐 하는지 다 보이는데.’
복도 끝의 구석진 공간에서, 어쩔 땐 화장실 칸 안에서 친구들과 은밀히 간식을 나눠 먹었다. 그리고는 시치미를 뚝 떼고 교실로 돌아왔다.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 보니 배가 너무 고파 먹는 간식을 가지고 혼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결국 간식을 먹어도 된다고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대신 시간과 장소에 조건을 걸었다.
아이들은 간식 공식화를 진심으로 기뻐했다. 다음 날부터 정해진 시간이 되면 간식 파티가 열렸다. 아이들은 행복한 표정으로 간식을 꺼냈다. 서로 가지고 온 간식을 나눠 먹기도 했다.
며칠 뒤, 간식 타임의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불편한 일이 생겼을 때 쓰는 노란 포스트잇에 이런 문장들이 적혀 들어왔다.
“선생님 HJ이가 저 빼고 친한 친구들한테만 간식을 나눠줘요.”
“ MS, SY, EH, JM이 넷이서만 간식을 나눠 먹었어요. 저도 달라고 했는데 안 줬어요.”
우리는 작은 회의를 열었다.
“여러분, 자꾸 이런 문제가 생기면 간식 시간이 없어져야 해요. 선생님은 이 문제에 대해선 뒤로 빠질 테니까, 여러분끼리 의논해 보세요.”
아이들은 머리를 맞대어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그 결과 ‘간식 반장’ 제도를 만들었다.
① 간식 반장은 매주 목요일에 제비 뽑기로 간식 조를 짠다.
② 같은 간식 조가 된 친구들은 일주일 동안 간식을 나눠 먹는다.
③ 다음 주 목요일이 되면 간식 반장은 제비 뽑기로 새로운 간식 반장을 선출한다.
④ 새로운 간식 반장은 다시 제비 뽑기로 다음 일주일 동안의 간식 조를 뽑는다.
이 방법은 꽤 효과적이었다. 아이들은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정한 규칙을 지켜나갔다. 매주 목요일이 되면 간식 반장은 엄중한 표정으로 제비 뽑기를 했다. 아이들은 간식을 많이 가지고 오는 간식 부자 친구와 같은 조가 되면 기뻐하고, 간식 구두쇠 친구와 같은 조가 되면 아쉬워했다. 좋든 싫든 일주일 동안은 간식 조끼리 간식을 나눠 먹었다.
나는 아이들을 칭찬했다. 어른의 개입 없이 해결 방법을 생각해 낸 것도 기특했고, 스스로 정한 방법을 함께 지키는 모습은 더 기특했다. 덕분에 우리 반의 간식 제도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늘도 아이들은 간식 시간이 되면 세상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삼삼오오 간식 조로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