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6. "위기의 뷔페 라인, 첫 번째 조율"

by 호주아재

쉐라톤에는 매일 저녁 수백 명의 손님이 몰리는 대형 뷔페 레스토랑이 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300명 넘는 손님이 예약되어 있었고, 주방은 피크 타임을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이탈리안 라인에서 파스타 소스 준비 과정을 살피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흐르기 시작했다.
뷔페 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푸드 러너 한 명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셰프! 핫 섹션 쪽에서 양갈비가 거의 다 떨어졌어요!"

순간 머리가 띵했다.
호주 뷔페에서 양고기 떨어졌다는 건, 마치 치킨집에서 닭이 없는 것과 같았다.
나는 바로 뷔페 키친 쪽으로 뛰어갔다.

그릴 스테이션에 도착하자, 담당 셰프는 식은땀을 흘리며 고기만 뒤집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나밖에 없는 콤비 오븐이 고장 났어요! 고기 굽는 속도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어요!"

"아..." 설상가상이었다.
원래는 고기를 초벌 해두고, 콤비 오븐에서 살짝 익힌 후 온도를 유지하는 방식인데,
그 콤비 오븐이 멈춰버린 것.
남은 건, 고기를 굽는 그릴 하나뿐인데, 그걸로는 절대 이 피크 타임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 순간 머릿속이 팍팍 돌아갔다.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장비는 뭐가 있지?'
바로 맞은편 페이스트리 키친(제빵을 하는 주방)의 오븐이 떠올랐다.

나는 무전기를 들고, 페이스트리 키친에 요청을 넣었다.
"페이스트리!! 지금 양고기 급하게 구워야 하는 상황인데, 혹시 오븐을 15분만 쓸 수 있을까?"

곧바로 응답이 왔다.
"물론이죠 셰프, 오븐 쓰세요."

나는 곧바로 남은 양고기를 페이스트리 키친 쪽으로 옮기도록 지시했고, 오븐에서 빠르게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소스는 옆 섹션의 셰프에게 잠시 맡기고, 플레이팅은 프런트 셰프와 분담했다.
15분도 안 돼 다시 핫플레이트에 양고기가 가득 채워졌고,
뷔페 라인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다시 부드럽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뷔페 셰프가 숨을 돌리며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진짜 오늘 망하는 줄 알았어요... 덕분에 살았네요, 셰프. 완전 대처 잘하셨어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이 주방은 오케스트라야. 바이올린 파트가 가끔 드럼도 칠 수 있는 그런 팀."

그날 밤, 누가 대놓고 칭찬을 한 건 아니었지만
주방을 돌아다니며 마주치는 눈빛 하나, 고개 끄덕임 하나가
'이 사람, 그냥 말만 번지르르한 게 아니라 진짜 움직일 줄 아는 사람이구나'
라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keyword
이전 15화#15. 쉐라톤 첫 출근, 시스템의 심장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