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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퍼널은 실존하는가

실체적 욕구를 움직이는 전략

by Funnelless

많은 마케터들이 "퍼널"이라는 단어에 익숙하다. Awareness – Interest – Consideration – Purchase – Loyalty.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이 구조는 이제 '그럴듯한 그림'의 대명사가 됐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실무에서 이 구조는 너무나 이상적이며, 현실의 고객은 이 퍼널을 그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실제로 구매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선형적이지 않으며, 다중 경로와 상호작용의 반복 속에서 일어난다. 이는 2016년 구글의 'Zero Moment of Truth(ZMOT)' 보고서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고객은 정보 수집과 판단, 구매 결정을 병렬적으로 진행한다.

이 글에서는 '퍼널'의 실존 여부를 묻는 대신, 왜 고객이 그렇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욕구 기반'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퍼널은 존재하지 않는다. 설계된 것이다.

마케터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AIDA.
인지 → 관심 → 욕구 → 행동.
너무도 익숙해서, 오히려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사업을 하면서 수많은 고객을 실제로 상대하면서 확신했다.
퍼널은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고객의 감정 안에서는.


고객은 단계가 아니라, ‘상태’로 반응한다

퍼널이 작동하려면 고객이 마치 터널을 통과하듯
1단계씩 의식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의 고객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피곤할 때 갑자기 음식 사진을 보고 바로 주문한다.

지친 날에는, 콘텐츠의 스토리를 읽지도 않고 ‘좋아요’를 누른다.

공감되는 한 문장, 공감되는 감정 하나에 갑자기 반응한다.

즉, 고객은 단계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자신의 감정 상태에 맞는 콘텐츠나 자극을 만났을 때 바로 반응한다.
그게 전환이다.
퍼널이 아니라 감정이다.


퍼널이 아닌 감정 구조를 따라야 한다

고객은 ‘누군가와 술 한잔하고 싶다’는 욕구의 상태로 존재한다.
그 상태에서 “혼술하고 싶은데, OO동에 괜찮은 술집 있나요” 같은 동일한 감정 콘텐츠가 등장하면, 전환은 설명 없이도 일어난다.

이건 퍼널의 ‘관심 → 고려’ 단계를 건너뛴다.
이건 감정 기반의 순서파괴다.


실체적 욕구

욕구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다. 인간의 행동을 유도하는 가장 근본적인 힘이다. 우리는 이를 매슬로(Maslow)의 욕구 5단계 이론과 자극-반응 모델(Stimulus-Response Theory)을 통해 구조화할 수 있다. 우리가 물을 마시는 이유는 갈증이라는 신체적 자극 때문이다. 감성적 이유는 후차적 설명일 뿐이다. 마케팅은 이 '자극 → 반응'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실체적 욕구란, 반응을 유도하는 자극의 뿌리다.

이것은 다음과 같은 5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Maslow, 1943):

생리적 욕구 (편안함, 허기, 피로 등)

안전 욕구 (위험 회피, 불안 해소)

관계 욕구 (소속감, 인정 욕구)

자존 욕구 (우월감, 비교 우위 확보)

자기실현 욕구 (개인의 가치 실현, 변화 욕구)

고객의 반응은 이 중 하나 이상의 조합으로 발현된다. 이 구조를 파악하면, 우리는 퍼널 없이도 고객을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욕구 기반 전략을 만들었다

고객은 ① 감정 상태에 따라, ②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해결할 콘텐츠에 반응한다.
이걸 중심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

고객이 느끼는 감정

그 감정을 설명하는 문장

그 문장에 부합하는 이미지와 스토리

행동 유도 없이 ‘감정 전환’ 설계

이게 내가 만든 ‘욕구 기반 순서파괴 전략’의 기본 뼈대다.


전략은 외워지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많은 마케터들이 STP, 4P, AIDA, 5FORCES를 외운다. 그러나 그것은 프레임일 뿐이며, 본질을 대체할 수는 없다. 고객은 교과서대로 반응하지 않는다. 지금 내가 설명하고 있는 마케팅 전략은 ‘외워진 틀’이 아닌, ‘움직이는 욕구’를 기준으로 출발한다. 이는 행동경제학에서 강조하는 ‘제한적 합리성’과도 연결된다. 사람들은 정보를 완벽히 분석하지 않고, 순간의 감정적, 상황적 자극에 의해 결정을 내린다.


퍼널은 ‘관리자 입장’의 구조다.

고객은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

이제 전략은 설득이 아니라 공감 → 감정 → 충족 흐름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진짜로 고객이 반응한다.


퍼널은 마케터가 만든 지도였다.
하지만 고객은 자기 감정의 방향대로 움직인다.
우리는 이제, 그 감정, 그리고 그 감정을 움직이는 욕구의 지도를 그려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이 욕구 기반 전략을 어떻게 실행 전략으로 변환하는지, 9단계 전략 실행 프레임으로 정리해본다.

퍼널은 사라진다. 하지만 욕구는 실존한다.

고객을 움직이는 것은 흐름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충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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