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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May 30. 2024

나쁜 감정을 삶의 무기로 바꾸는 기술

나이토 요시히토 저/박재영 역 | 갤리온

여러 권의 책을 읽으며, 그리고 삶을 살아가며, 부정적인 감정은 나쁜 것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생각에 강하게 반론을 제기한다.


저자는 긍정적인 생각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혹독한 상황을 경험하지 않았냐며,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로서 긍정적인 생각은 되려 위험할 수 있다고 일갈한다.


오히려 나쁜 감정이 주는 혜택을 향유해야 되지 않겠냐고 되묻고 있는 것이다.  

(6p) "단언컨대, 긍정적인 생각만으로 세상을 살아가려는 태도는 위험하다. 그렇게 행동하다 보면 교활한 사람들에게 딱 좋은 먹잇감으로 이용당하며 점점 지쳐갈 뿐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긍정적인 조언보다 나쁜 감정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저자는 말한다. 나쁜 감정을 품은 자신을 부정하거나 비하하지 말라고,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고, 아무것도 바꿀 필요 없다고 말이다.


나쁜 감정을 부정하지 말고 받아들이면 그것이 삶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몇 가지 부정적인 감정들에 대처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불안감과 분노


누구나 불쑥 불안감이 찾아올 때가 있다. 나의 경우에는 특히나 불안의 감도가 높은 사람 중 하나다. 평소에는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평온해 보이려 애쓰지만 말이다.


저자는 불안을 느끼는 것이 오히려 행운이라고 한다. 불안을 느끼면 더욱 철하게 위기 상황을 대비할 수 있고 노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39p) "불안을 느낀다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미래를 더 철저히 대비할 수 있는 축복받은 '능력'이다."


불안은 우리의 뇌에도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마음이 여유로운 사람보다는 불안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기억해야 할 일을 뇌에 확실히 주입한다.


뿐만 아니라, 걱정이 많은 사람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일을 빠르게 대처하고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도 신경 쓰기 때문에 몸가짐을 바르게 유지하는 경향이 높다고 한다. 대화를 할 때도 말하기보다 경청에 힘쓰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고, 신뢰감도 높아지게 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내가 가진 불안감을 활용하면 삶에 분명 도움이 된다. 다만, 쓸데없는 불안감을 계속 만들어내서는 안 된다. 과도한 불안감을 없애는 좋은 방법은 생각을 멈추고 행동하는 것이다.


불안감은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 때문에 지나치게 생각에 몰두하여 불안을 심화시키기보다, 불안감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행동으로서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화를 내는 사람은 공격적이기 때문에 남에게 폐를 끼칠 있지만 모든 일에 의욕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분한 마음을 이용하면 나은 사람이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사람은 실패하기 때문에 더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려는 의욕이 생긴다고 말한다. 따끔한 맛을 보고 정신을 차림으로써 더욱 의욕적인 행동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패해서 느끼는 좌절과 분노는 때론 의미가 있다.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다는 욕구가 끈기와 용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내성적 vs. 외향적


외향적인 사람에 비해 내성적인 사람이 갖는 강점 중 하나는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내성적인 사람은 나보다 남에게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미묘한 기분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78p) "타인과 만날 경우 기분 변화를 잘 알아차리고 감정이입을 잘하기 때문에 내성적인 사람일수록 주위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는다."


또한 저자는 내성적인 사람이 사회생활을 잘하지 못한다는 프레임에 사로잡혀 위축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내성적인 사람은 분위기를 잘 파악할 줄 알고, 감정 변화를 능숙하게 캐치하며, 자신이 맡은 일 또한 묵묵하게 해내는 유형이 많다.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호감 있게 보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독자들을 부드럽게 다독인다.


'외향적인 사람이 리더에 좀 더 어울리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저자는 논문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이렇게 답한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카리스마나 능력보다 죄책감을 느끼는 정도가 더 중요하다.'라고.


저자는 이 연구결과를 이렇게 풀이한다. 훌륭한 리더십은 능력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저질렀을 때 올바르게 반응하고 대처하는 능력에 의해 형성되며, 죄책감을 많이 느끼는 사람일수록 책임감도 클 가능성이 높고, 그런 측면에서 리더로서 적합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비관적 태도


저자는 비관적인 태도를 가진 유형의 사람에 대해서도 이렇게 옹호한다.

(122~123p) "비관적인 성향의 가장 큰 장점은 엄청난 노력가라는 점이다. (중략) 비관적인 사람은 보통 사람과 똑같이 행동하더라도 다양한 실패의 경우를 떠올리며 두려워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노력할 수 있다."


저자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여 비관주의자들의 특징에 대해 말한다. 비관적인 학생과 낙관적인 학생에게 10일 후의 시험 점수에 대해 질문을 했고 예상 점수와 실제 점수를 비교하였는데, 비관적인 사람은 당연히 자신의 점수를 낮게 예상했지만 결과적으로 비관적인 사람의 점수가 약간 높게 나왔다. 이러한 결과는 준비를 확실하게 해 놓곤 하는 비관적인 사람의 특징에 기인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비관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든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철저히 대비하려 한다. 또한 어떤 일을 할 때, 염려와 걱정이 많기 때문에, 발생할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미리 예상하기도 한다. 때문에 갑작스러운 스트레스 발생 상황에서도 단단하게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다.

(160p) "걱정이 많은 사람은 모든 일의 앞을 내다보고 움직인다. 세세한 부분까지 생각을 하는 그들의 능력 덕분에 업무 태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센스가 있는 사람들이다. 눈치가 빠르고 꼼꼼하게 일한다."



콤플렉스와 트라우마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자기도 모르게 입을 다물고 자기주장을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좀 더 내 생각을 강하게 말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라고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역시도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과거에는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생각을 좀 더 강하게 말하지 못한 것에 후회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169p)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을 줄 알며 자신을 낮출 수 있는 자세는 굉장한 장점이다. 때와 장소를 가려 언제든지 조심스럽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미덕으로 여겨진다."


웃는 얼굴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에 대한 언급도 있다. 자주 웃는 사람은 흔히 더 매력적이고 유능해 보이며 쉽게 친해진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에, 원만한 대인 관계를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웃는 얼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저자는 만약 자신의 본래 성격이 이렇지 않다면, 굳이 억지로 붙임성 있게 행동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무뚝뚝한 얼굴이 오히려 지적이고 위엄 있는 인상으로 만들어줄 수도 있다는 것. 어색한 미소를 지을 바에야 차라리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일에 충실히 임하는 편이 현실적으로 유용할 수도 있다.

(181p) "독일에 있는 마르부르크대학교의 울리히 뮐러 박사는 사관후보생 졸업앨범 사진을 분석해서 싱글벙글 웃는 얼굴과 무표정하게 찍힌 얼굴을 골라냈다. 20년 후, 군대에서의 계급을 조사해 보니 무표정하게 찍힌 사람일수록 상위 계급이었고 출세했음을 알 수 있었다. 뮐러는 웃는 얼굴을 보여주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어도 위엄을 잃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 읽고 나면, 어떤 자기 합리화의 생각들 속에 빠져 허우적댄 느낌이 든다. 하지만 분명 의미가 있는 책이다. 본인의 나쁜 감정을 먼저 알아차리고,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좀 더 나은 삶을 사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에는 장점과 단점, 양면성이 존재한다. 약점이라고 생각해 온 것이 관점을 바꾸면 매우 유용한 것일 때도 있고 때론 그 반대일 경우도 있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절대 악, 절대 선을 찾는 것이 어려울 때가 많다.


이러한 양면성을 충분히 이해한다면, 본인의 단점만을 바라보며 마음의 힘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 읽고 힘을 되찾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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