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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Jul 09. 2024

후회하지 않는 삶에 대하여

시청역 교통사고에 대한 소고

시청역 사고를 접하고 충격을 먹은 직장인들이 참 많았다. 나 역시도 사고가 있던 날, 그 사고 장소와 아주 가까운 곳에서 지인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던 터라, 몸과 마음에 느껴지는 강도는 더 했다. 집으로 돌아오며, 나와 같은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들과 그들 가족의 슬픔을 생각했다.


사고 다음날에도 사무실에서 손에 잡히지 않는 업무들을 바라보며 '후회하지 않는 삶'에 대해 고민했다. 나는 과연 하루 저녁에 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후회가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건강하게 살다가 운명할 수 있는 축복이 온다 한들, 정말 후회 한 점 없이 훌훌 떠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사실 난 매일 아침마다 후회로 시작한다. 아침에 계획된 운동을 하지 못한 후회, 전날 저녁, 아이의 공부를 봐주며 답답한 마음에 아이를 다그쳤던 일에 대한 후회, 그리고 퇴근하면서도, 잠자리에 들면서도 겹겹이 후회로 가득 찬 하루가 이어진다.


황농문 교수님이 쓴 책 ≪몰입, 두 번째 이야기≫에는 이 '후회'라는 감정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저자에 따르면, 후회는 좌절과 구분해야 하며 후회가 과정에 치중한다면, 좌절은 결과에 치중한 감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과정에 치중한 후회의 감정은 최선을 다하도록 유도하므로 오히려 유익한 것이라고 말한다.


(23~24p) "후회는 최선을 다하려고 결심했는데 그것을 실천하지 못했을 때 생긴다. 그런데 최선을 실천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으므로 하루를 마감하면서 십중팔구 후회를 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아침에 최선을 다하려는 굳은 결심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의 감정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선에 대한 굳은 결의를 자주 하다 보면 후회의 감정이 발달하고 후회의 쓰라림이 커진다. 그러다 보면 점차 후회의 감정을 무서워하게 되고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후회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 후회할 일을 좀처럼 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된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좋지 않은 결과를 얻었을 때 생기는 감정이 좌절이라면, 후회는 노력만 하면 충분히 잘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서 생기는 감정이다. 그렇기에 후회는 발전의 기회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은 후회의 감정을 반복하며 후회할 일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후회를 한다면 그것은 실패한 인생이 될 뿐이다. 더 이상 만회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황농문 교수는 "과연 어떻게 살아야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늘 마음속에 되새기며 살았다고 한다.


물론 후회의 단점도 있다. 그것은 우울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불만족과 부정은 결국 스트레스와 우울감으로 되돌아온다. 그렇기에 같은 후회를 여러 번 하기보다는 후회하지 않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또한 른 감정과 섞이지 않은 순수한 후회를 위해서는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솔직한 자기반성도 필요하다.


그렇다면 결국 더 이상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짧은 인생의 순간에서 내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하며 사는 것이다. 그리고 후회는 결과의 문제가 아니기에 대통령이 된다 한들 후회하지 않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후회는 무엇이 되고 나서 없어지는 감정이 아니므로.


사람들이 죽기 전 후회하는 것들의 대부분은 한 것에 대한 후회가 아니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라고 한다. 그렇기에 건강을 돌보고 용서를 실천하며 지금 살아있는 이 순간의 행복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실천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



사람은 결국 죽는다. 충분히 많은 돈을 가지고 건물주도 되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꿈에 그리던 일을 하며 살아간다면, 과연 후회 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죽음보다도 무서운 후회의 감정을 없애며, 후회 없이 살아보고 싶다. 살아 있음이 나의 유일한 기회이기에.


(198p) "죽음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죽지 못해서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죽음과 가장 반대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살아 있음이 나의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시청역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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