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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Jul 03. 2024

세상 밖으로 나를 꺼내다.

2024년 상반기 회고, 나를 노출시킨 시간들

팀장으로서의 2년 차


팀장 발령 이후, 이제 1년 하고도 몇 개월이 더 지났다. 경영기획 업무와 기존에 해온 업무들과의 괴리, 전문성 유지를 위한 커리어 패스 등에 그간 여러 고민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경영진과 회사 내 여러 의사결정을 함께 하며, 리더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배울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기도 했다.


조직의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고 실행할 것인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떤 최선의 결정을 내릴 것인지, 어떻게 하면 팀을 좀 더 효과적으로 이끌 수 있을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했다. 조직 내부와 외부의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며 갈등 상황을 해결하는 법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내가 가끔 투덜대는 모습을 보며, 와이프가 날린 일침에서도 나름 얻을 것이 있었다. '주목받는 팀이니 당연히 스트레스가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배우고 얻는 것도 있지 않느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새로운 기회가 보일 거다.' 대충 이런 이야기였는데, 그 말을 듣고 찬물로 세수한 듯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교회 초등부 교사를 시작하다


시작은 교회 집사님의 전화 한 통이었다. 본인이 주일학교 초등부 부장을 맡고 있는데 남자 선생님이 부족해 힘이 든다며 교사로서 봉사해 달라는 부탁의 말씀이었다. 신앙심도 깊지 않은 내가 아이들에게 과연 어떤 가르침을 줄 수 있을까. 그다지 사교적인 성격도 아닌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며칠을 고민했다.


가장 주저했던 부분은 내가 평소에도 누군가를 배려하고 도움을 주는 일에 매우 소극적이라는 에 있었다. 평소 내 가치관 역시, 교회 봉사와는 맞는 부분이 별로 없었다.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는 굳이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에 가득 차 있는 내게 봉사는 맞지 않는 옷이었다.


하지만 하나님의 뜻이었는지, 나도 모를 용기가 생겨 그 부장 선생님께 교사를 해보겠노라고 했다. 물론 그 이후 지금까지의 시간은 어색함과 혼란의 연속이었다. 대부분의 교사가 여성곳에서 일요일 오후의 시간을 보내는 일은 참 곤욕이었다. 그나마 다행은 내가 맡은 반의 아이들이 사랑스럽다는 것뿐.


그러나 지난 6개월의 시간이 나의 가치관을 조금씩 변화시켰다. 그동안 가졌던 이기적인 생각들에도 조금 균열이 생겼다. 사회생활에서 학습된 사회화된 매너와 배려가 아닌, 진심을 담은 말과 행동의 의미를 알게 되었고, 본업이 있음에도 주일마다 땀 흘려 봉사하는 교사분들의 헌신보면서 깨닫는 바가 있었다.



아파트 동대표에 도전하다


상반기에는 아파트 동대표에도 도전해 보았다. 어떤 아파트 단지는 서로 하겠다고 나서기도 한다는데, 내가 사는 곳은 나서는 사람이 별로 없어 늘 해오던 고인물들이 끼리끼리 돌아가며 동대표를 하는 문화가 있었다. 그동안의 적폐도 청산하고 새롭게 우리 아파트 단지를 변화시켜보고 싶은 마음도전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기존 동대표 분과 1:1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다. 나름대로는 스펙에도 자신이 있었고, 나 아니면 누가 하겠냐는 자만심에, 서류를 제출하고 후보 이력과 공약이 게시되기 전까지는 마음이 들떠 있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에 게시된 기존 동대표 분의 공약과 내 것비교하갑자기 불안해졌다.


이력이 그분의 이력보다는 분명 객관적으로 잘나 보였지만, 그 이력과 동대표로서의 역할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었다. 또한 기존 동대표 분의 공약은 실제 입주민들이 실제 필요한 것들을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열거하고 있었지만 내 공약은 선언적인 내용만이 가득했고 뭔가 허술해 보였다.


결국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나의 헛된 자만심은 5표라는  차이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승패는 너무도 명확했다. 꼴좋게 떨어진 것이었다. 후보로 나선 뒤 잠시 들뜬 마음을 즐기다가, 떨어진 이후에는 강제로 겸손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 모든 것 또한 동대표에 나가지 않았다면 깨닫지 못했을 것들이었다.



여러 오프라인 모임에도 참석하다


와이프의 배려로 여러 오프라인 저녁 모임에도 참석했다. 그간 별로 참여하지 않았던 회사 내 저녁 자리에도 참여했고, 회사 바깥에 있는 다른 업종, 다른 문화,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여러 사람들도 만나면서 그들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비교하고 확인하며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고 깨닫게 되었다.



상반기 회고와 하반기의 남은 도전


돌이켜보니 올해 상반기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막 시작한 하반기에도 여러 새로운 도전들을 앞두고 있다. 현재 예정된 가장 큰 숙제는 출판사로부터 의뢰받은 원고를 넘기는 일이다. 8월 말까지를 목표로 부지런히 글을 써서 초안을 넘겨야 하는데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힘을 내자.


브런치스토리에도 지금처럼 꾸준히 글을 쓰고, 여러 SNS에서도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나를 좀 더 노출해 볼 참이다. 골프도 배워보려 한다. 여러 사람들의 권유도 있었고, 배워두면 나쁠 것은 없는 운동이니. 운동신경이 좋은 편은 아니라서,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책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에는 데이터에 기반한 인생의 몇 가지 조언들이 등장하는데, 그중 하나로 그림으로 성공하려면 인지도 높은 좋은 화랑에 전시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데이터로 분석해 보니, 일류 화랑의 전시 여부가 화가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결과다.


좋은 그림이 높은 가격이 팔리는 가장 큰 이유는 그림의 가치나 화가의 인지도 같은 것이 아니었다. 일류 화랑에 어느 화가의 작품이 전시되면 그 화가는 미술계에서 보증받은 내부자가 되어 작품의 매력도가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올해는 좋은 곳에서 나를 계속 노출시켜  생각이다.


상반기의 도전들도 작은 실천에서부터 비롯되었다. 하반기에 도전해야 할 많은 것들과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세상 수많은 기회들 마음이 설렌다. 올해만큼은 스스로에게 제한을 두지 않고 나를 세상에 노출해 보한다. 그리고 연말에는 그간의 도전과 성취를 억하며 웃을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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