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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Jul 15. 2024

나를 거슬리게 하는 것들

유연하고 부드럽게 살아가는 삶

예민한 성격 탓에 거슬리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때로는 이 예민함이 축복인지 저주인지 헷갈릴 때가 다. 예민함은 상대방의 반응을 쉽게 느낀다거나 눈치가 빠르다던가 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안테나를 계속 세우고 있다 보니 쉽게 피곤해지기도 다. 내가 거슬리는 것들은 5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틀린 것. '됬다'와 '되요'를 볼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진다. 몇 년 전 여름휴가를 내고 가족과 함께 갔던 한 펜션의 안내문에서 오타와 잘못된 띄어쓰기를 발견하곤 내가 가서 이야기 좀 해야겠다고 했더니, 와이프가 날 보고 웃으며 팔을 꼬집었다. 나는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둘째, 예의와 배려가 없는 행동. 지하철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거나 음식물을 꺼내 먹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몹시 거슬린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직급과 체계를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강한 거부감이 느껴진다. 사회 공동체에서의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는 필요하지 않나 싶다.


셋째, 자기 관리가 되지 않은 모습. 특히 악취 나는 사람 옆에 앉았을 때의 불쾌함이란. 얼마 전 출근길 지하철에서 겨우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는데, 옆자리에 붙어 앉은 사람의 땀 냄새와 담배 쩐 냄새 때문에 두 정거장 정도 견디다가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날 이후부터는 자리에 앉는 것보다 쾌적함을 택한다.


넷째, 균형이 맞지 않는 사물. 살짝 기울어진 액자를 보면 손이 근질거린다. 책상 위에 놓여있는 것들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지 않거나 두꺼운 서류뭉치의 옆이 조금 튀어나와 있는 것을 볼 때면 불편한 마음이 든다. 강박증 같은 것일 수도 있지만, 균형을 맞추는 것이 나에게 있어서는 편안함을 주는 의식이다.


다섯째,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질문하거나 말하는 것. 이해력 부족인지 귀담아듣지 않는 건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매번 같은 질문을 할 때마다 또는 나에게 반복적으로 같은 이야기를 할 때마다 참을 수 없는 짜증이 밀려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매번 친절하게 대하려 노력한다. 속으로는 한숨을 쉬고 있지만.


이렇게 적고 보니 참 많기도 하다. 그리고 문득 나 역시 이런 말이나 행동을 하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내가 남에게 거슬리는 존재는 아니었을까? 어쩌면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통화를 하거나, 냄새나는 옷을 입고 다니지는 않았을까? 예의나 배려 없이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지는 않았을까?


앞으로는 나부터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세상은 서로를 배려할 때 더 살기 좋아지니까. 나의 예민함이 타인을 불편하게 하지 않도록, 그리고 동시에 나 자신도 덜 스트레스받도록 균형을 찾아야겠다. 나이가 들면서 그나마 많이 나아진 편이다. 앞으로는 좀 더 편안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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