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Ryan Choi
Oct 25. 2024
기획팀의 가을
업무계획과 예산 시즌이 시작되다.
다시 힘든 시즌이 돌아왔다. 매년 이맘때쯤이 되면 각 부서의 내년 업무계획과 예산 요구자료가 속속 도착한다. 기획 업무를 하는 나로서는 이 자료들을 잘 정리하여 회사의 내년 업무계획을 만들어야 하고, 예산은 업무별 우선순위에 따라 적절히 배분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각 부서들의 업무계획과 예산에는 그 부서에 속한 사람들의 여러 욕망들이 한데 뒤섞여 있다. 그리고 내 역할은 이런 이해관계들을 잘 조정하여 최적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한쪽 이야기를 들어주면 다른 쪽에서는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이 작은 세계 안에서도 서로 속고 속이는 암투와 갖가지 전략들이 존재한다. 필요성과 논리를 탄탄하게 무장하여 본인의 의견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개인적인 친분을, 때로는 속임수를 써서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관철시키려 하고 윗사람을 동원하여 나를 압박하기도 한다.
그래서 다른 부서에 있을 때는 미처 몰랐던, 그리고 굳이 알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여러 사람들의 거친 속마음과 욕망들을 알아간다. 그렇기에 상대방의 의도와 진심을 정확히 파악하려 애써 보기도 하고, 최적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기도 하며 고민을 거듭하는 중이다.
작년부터 자금까지 이 일을 2년 가까이 해 오고 있지만, 여전히 아직도 낯설고 힘들다. 각 부서의 요구들을 모두 다 반영해 줄 수는 없으니, 소위 말하는 '칼질'을 하면서, 중요도나 우선순위가 낮은 것들을 하나씩 정리해야 하는데 이게 또 참 괴롭고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기준으로, 적절한 수준의 최종안을 만들어 보고 싶다. 그 과정에서 다른 부서로부터 종종 안 좋은 소리를 듣기도 하겠지만, 감정을 최대한 섞지 않고 진정성 있게 노력해보려 한다. 내가 맡은 일인 것을 어쩌겠는가.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언젠간 해답을 찾게 되지 않을까.
심지어 몇 달 전에는 옆 팀이 없어지면서 내게 CEO Staff 업무까지 더 해졌다. 사실 경영진을 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일은 매우 긴장되는 일이다. 또한 들어도 듣지 않았고 알아도 아는 척을 해서는 안 되는 순간들도 있다. CEO의 지시를 오해 없이 전달해야 하니 여러 사람들과의 원활한 소통도 필요하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힘들지만, 이 시간들이 지나면 한 뼘 더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 그렇기에 이 시간들이 헛되지 않도록 잘 복기해 봐야겠다. 그러면서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균형점을 찾아가는 지혜도 배우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이 자리에서 해내야 할 일이고, 나의 성장 과정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