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차가운 공기가 볼을 스치고 지날 때마다 생각나는 음악이 있다. 그건 바로 약 40여 년 전에 발표되었던Barry Manilow의 곡 'When October Goes'다. 너무나도 유명한 곡이기에 그동안 수많은 가수들이 다시 불렀었지만, 아직다른 가수에게서는 원곡에서 느꼈던 그 감성을발견하지 못했다.
창가에서 이 음악을 들으며 흩날리는 낙엽을 바라보면,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너무도 덧없게 느껴진다.봄날의 설렘도 이제 희미한 꿈처럼 느껴진다.뜨거웠던 여름도 아득하다.그리고 오래된 사진첩을 넘기듯 10월의 마지막을 넘겨본다. 나이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간다더만,새삼 그러함을 느끼는 중이다.
지금 이 순간은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기에, 10월의 끝자락을 확인하는 이 순간은 돌이킬 수 없는 시간과의 작별을 뜻한다.'When October Goes'의 멜로디가 마음에닿으면, 단풍이 물들고 잎이떨어지듯이 시간도 서서히 미끄러져 내림을 알게 된다. 헛헛함도몸과 마음으로깨닫게된다.
이 곡에 대한 내 기억은 대학 시절의 그때 그 시간에 여전히 멈추어 있다. 오랫동안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BGM으로 해두어 자주 들었던 곡이었기에 Barry Manilow의 부드러운 인상에서 나오는 중저음의 목소리를 들을 때면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유행했던 대학 시절의 풋풋함이 떠오르며 아련한 기분이 든다.
창 밖으로 떨어지는 마지막 단풍잎처럼 10월도 그렇게 내 품을 떠나간다.누군가는 이별을,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을, 또 다른 누군가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경험했을 10월. 이 모든 순간들을 마음 한켠에 고이 접어두고 다가올 겨울을 맞이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나를 발견한다.
이제는 당연히 알고 있다. 11월이 오면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10월과의 이별이 주는 이 헛헛함과 추억 속의 풋풋함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 그것이 나를 더욱 살아있게 만드는 감정이므로. 그렇게 나는 또 한 번의 10월과 작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