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Ryan Choi
Nov 13. 2024
끊임없는 자기계발이 미덕인 시대를 살고 있다. SNS만 열어도 새벽에 운동하는 사람들, 퇴근 후 스터디하는 모습, 주말마다 자격증 공부하는 인증샷이 넘쳐난다. '더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불안감이 우리를 쉼 없이 몰아세운다. 하지만 과도한 자기계발에는 분명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간 내가 했던 자기계발을 돌이켜 보면, 먼저 나 스스로 조바심과 불안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나서도 책을 읽고 논문도 썼지만, 쉬는 날에도 마음이 불편해 무언가를 배우고 공부하려 하거나 생산적인 일을 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혹은 실천하지는 않으면서 욕심만 가득했다.
어느 순간 문득 무분별한 자기계발이 실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졌는지 의문이 들었다. 오히려 끊임없는 자기계발은 내게 스트레스와 번아웃만 안겨주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더 성장해야 한다', '남보다 뒤처지고 있다'는 강박은 일상의 여유와 재미를 앗아갔고, 쉬는 것조차 죄책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자기계발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렸음을 깨닫던 순간, 나에게 필요한 진정한 성장은 멀어져 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다른 접근법을 시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중심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많은 것을 계속하기보다는, 내게 정말 필요한 것들에만 좀 더 집중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무더운 여름이 끝날 것처럼 보이던 올해 어느 날, 나 스스로 '자기계발 디톡스'를 선언했다. 자기계발을 잠시 멈추고 그간 쌓였던 자기계발의 독소를 빼내어 보기로 했다. 나만의 페이스를 찾아가며, 여유와 성찰의 시간도 가져보려 노력했다. 쉼이 곧 낭비가 아니라 성장의 일부임을 받아들였다.
몇 달이 지난 지금, 어느 정도 여유를 찾았지만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다른 사람들의 화려한 자기계발 인증을 보면 초조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타인과의 비교가 아닌, 나만의 속도로 성장해도 된다는 것을. 현재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라는 것을.
자기계발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적절한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배우고 있는 또 하나의 자기계발이다. 이제는 소모적인 에너지 낭비 없이 나만의 보법으로 충만한 삶을 살아가며 그 여정의 끝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