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Ryan Choi
Nov 14. 2024
당신의 사과는 진심이었나요?
진심이 닿지 않는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
우리는 크고 작은 갈등과 실수를 경험하며, 수많은 사과를 하고 또 받는다. 하지만 어떤 사과는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드는 반면, 어떤 사과는 오히려 관계를 더 악화시키기도 한다. 형식적인 사과와 강요된 용서가 만연한 요즘, 사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려 한다.
1. "사과했으니까 됐잖아?"
지하철에서 누군가의 발을 밟게 되면, 우리는 반사적으로 "죄송합니다"라고 말한다. 이런 가벼운 실수에는 간단한 사과면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더 깊은 상처를 준 경우에도 형식적인 "미안해" 한 마디로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미안하다고 했잖아"라며 본인만 홀가분해하는 사과는 진정한 사과가 아니다. 그것은 상대방의 감정은 안중에도 없는 일방적인 마무리다. 마치 더러워진 옷을 세탁기에 돌리고 깨끗해졌다고 착각하는 것과 같다. 겉으로는 깨끗해 보여도 깊은 얼룩은 여전히 남는다.
이러한 사과는 오히려 상대방의 마음에 더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진정한 반성이나 행동 개선의 의지가 없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과를 활용하는 행동이다. 그래서 진정성 없는 사과는 사과하지 않은 것보다 때로는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2. "내가 사과했는데, 왜 용서를 안 해줘?"
"내가 사과했는데 왜 용서를 안 해주냐"며 오히려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더 심각한 경우는 사과 후에 상대방의 용서를 강요할 때다. '사과=용서'라는 등식이 성립한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이런 사과는 진정한 반성이 아닌, 면죄부를 받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심지어 사과 후 즉각적인 용서를 요구하는 강압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사과를 받는 사람은 엄청난 불쾌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잘못 보다 상대방의 반응에 더 분노하는 이기적인 태도이다. 이것은 사과가 아닌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3. 진정한 사과란 과연 무엇일까?
그렇다면 '진정한 사과'란 과연 무엇일까. 사과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상대방의 아픔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내가 준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그 상처가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켰는지에 대해 상대방의 입장에서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시간이 필요함을 인정해야 한다. 상처의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과했다 해서 상대방이 바로 용서해야 할 의무는 없다. 때로는 용서받지 못할 수도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말로만 하는 사과가 아니라 행동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
사과할 수 없는 순간도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관계가 사과로 회복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진심 어린 사과에도 끊임없이 상처를 주거나, 사과를 무기로 정서적 학대를 가한다면 손절이 좀 더 현명한 길이다.
진정한 사과는 겸손과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며, 변화하려 노력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사과다. 그래서 "미안해"가 좀 더 진심이 담긴 마음의 언어가 되길 바란다. 그래야 관계는 더욱 단단해지고 깊어질 수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