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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Nov 26. 2024

겨울의 냄새를 느끼며

삶의 향기와 악취 사이에서

어릴 적부터 알레르기성 비염을 달고 살다 보니, 환절기만 되면 늘 코가 막혀있는 불편에 시달렸다. 지금은 그때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요즘에도 감기만 걸리면 유독 약한 코에 감기 바이러스가 먼저 침투하여 코감기에 시달리곤 한다.


하지만 그런 나도 코가 마법처럼 뻥 뚫리는 기간이 있다. 그건 추운 공기가 스멀스멀 밀려오는 초겨울부터 한겨울의 한파를 지나 겨울이 끝나가는 시점까지다. 평소에는 코가 막혀 모든 냄새를 다 맡지 못하지만, 겨울만 되면 상쾌한 공기 덕인지 코도 시원해진다.




갑자기 코의 통로가 열리면, 평소엔 희미하게만 느껴지던 세상의 냄새들이 한꺼번에 밀려 들어온다. 빵집 앞을 지나면 따뜻한 빵 내음이, 커피숍에 가면 고소한 커피 향이 나를 자극한다. 퇴근 후의 맛있는 저녁식사 냄새까지도 모두 선명한 색채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제야 깨닫게 된다. 평소에 놓쳤던 일상의 작은 향기와 이 짧은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풍부한 냄새들을 느끼며 일상 속에서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즐거움과 기쁨을 되는 것이다.


물론 향기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은 악취도 있다. 구형 버스에서 나오는 매캐한 매연 냄새, 꽉 찬 지하철에서 느껴지는 땀 냄새, 음식물 쓰레기 더미에서 피어오르는 각종 역한 냄새들. 이런 악취들이 내 코를 괴롭힌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모든 냄새들이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또 다른 풍경임을 알게 된다. 코가 막혀 느끼지 못하던 때보다, 이제는 그 냄새들마저도 삶의 한 단면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겨울이 되면, 나의 코는 단순한 호흡기관이 아니라, 세상을 온전히 경험하는 또 하나의 감각 창구가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코와 함께 살아가며 일상 속 향기와 악취를 함께 경험한다. 때로는 막히고, 때로는 뚫리고, 때로는 불편하고, 때로는 선명하게.


이 작은 감각기관은 게 고통이자 축복이다. 결국 이 모든 향기와 악취의 경험들은 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소중한 조각들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는 내가 숨 쉬는 찰나의 순간조차 감사할 일임 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세상의 냄새를 느끼며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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