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빠를 오랜만에 만나면 "이나야~ 이리 와, 큰 아빠 오랜만에 봤으니까 한 번 안아보자!" 라면서 늘 나를 꼭 껴안고 수염 난 얼굴을 볼에 비비곤 했다. 그런 큰 아빠가 좋으면서도 싫었는데, 까끌한 수염의 감촉과 큰 아빠에게서 나던 약간은 퀴퀴하고 꿉꿉하면서도 어딘가 찐득한 그 냄새가 계속 내 신경을 거슬렀기 때문이다.
큰 아빠가 우리 집에만 왔다 가면 이틀은 그 냄새가 방에 베어, 어린 마음에 "으~ 큰 아빠 냄새"라며 엄마에게 찡얼거리던 게 생각이 난다.
성인이 된 후로는 바쁘다는 핑계로 큰 아빠와 만나는 일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지면서, 나는 '큰 아빠 냄새'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살았다. 아니, 굳이 안 좋은 것을 생각하면서 살 필요가 없었다고나 할까.
그러다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났는데 내 방 가득 '큰 아빠 냄새'가 나는 거다.
기숙사에 살던 시절이어서, 큰아빠가 있을 리 없는데도 괜히 두리번거리면서 냄새의 근원지를 찾아 헤맸다.
그런데 세상에. 그 냄새가 나에게서 나는 거다.
분명 어제 깨끗하게 씻고 잔 것 같은데, 이런 퀴퀴한 냄새라니?! 이불에 코를 박고 킁킁 - 머리카락에 코를 박고 킁킁 - 어제 내가 뭘 했더라?!
기억을 거슬러 보니 어제 만취한 채 잠에 들었다. 만취하고 나서도 머리부터 발 끝까지 꼭 다 씻고 침대에 눕는 게 나의 술버릇인데, 씻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냄새가 내 주변을 맴돌았다.
정말이지 충격적이었다.
'큰 아빠 냄새 = 술 마신 다음날의 냄새'였음을 그때 깨달았다.
술집에서 나는 그 특유의 쩌든 내가 나에게로 옮겨와 씻어도 잘 지워지지 않았다.
머리카락에 진득하니 베어버린 그 냄새는 머리를 세 번이나 감아야 겨우겨우 지워지곤 했다.
술은 안 좋아하지만 술자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술 마신 다음 날 이 냄새가 안 나게 하려고 정말 열심히도 씻어댔다. 술자리가 연달아 있는 때에는 주말에 꼭 이불 빨래를 하고, 집안 곳곳을 환기시킨다.
나에게서 나는 '큰 아빠 냄새'를 지우려고 노력한다.
요즘에는 술집에 가서 술 마실 일이 적어지다 보니, 이 냄새가 잘 나지 않게 됐다.
나이가 들고 나만의 공간이 생기다 보니 친구들과 집에서 마시는 일이 잦아지면서 한결 냄새에서 자유로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씩 밖에서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온 다음날이 되면 늘 코를 부여잡고 "으~ 큰 아빠 냄새"라고 말하곤 한다.
큰 아빠 미안해요.
큰 아빠를 참 좋아하는데, 그 냄새는 싫어요.
술을 마시는 한 저에게서도 그 냄새가 가끔은 나겠죠?
이렇게 큰 아빠를 추억해요,,
조만간 연락 한 번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