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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Noseless

나를 구성하는 것

쏟아내기

by 윤이나

나에게는 어떤 결핍들이 있을까?

어떤 결핍들이 나를 구성하고 나를 만들었을까?

내 결핍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이 질문들을 활용해 나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내보고자 한다.




나는 어릴 적 이사를 참 많이도 다녔다.

한 동네에서도 1~2년에 한 번씩은 이사를 다녔고, 아예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기도 했다.

잦은 이사는 나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갔다.

친구들, 물건들, 기대감 등등


그중 오늘은 물건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누구나 어린 시절 소중하게 생각한 애착 물건이 있다.

나에게 애착 물건은 동생이 사용하던 이불과 베개였다.


애착 물건이 동생이 사용하던 이불과 베개라고 얘기하면 다들 궁금해한다.

나도 정확한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동생에게서 나던 아기 냄새와 부들부들했던 이불의 촉감, 동생의 머리 모양 그대로 동그랗게 움푹 파인 베개의 모양이 좋았던 것 같다. 동생이 어린이가 되고 나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된 배넷 이불과 베개를 당시 초등학생이던 내가 엄마 몰래 장롱 속에서 꺼내서 사용하곤 했다. 그 이불과 베개는 빨아도 빨아도 동생의 냄새가 났다. 그 냄새는 너무나도 포근해 나에게 어떤 안정감을 주었고, 그 이불을 덮어야만 잠을 잘 잘 수 있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동생이 태어났을 때의 행복했던 감정과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 등이 이불에 녹아 있었고, 그걸 특정 냄새로 기억했던 것 같다.


잦은 이사에도 늘 챙겨 다녔고, 부모님 몰래 꺼내 쓰던(부모님이 몇 번 버리려고 시도했었다.) 이불과 베개는 어느 순간 없어졌다.


중학생이 되면서 초등학생 내내 살던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급하게 이사를 하게 되면서 많은 물건들이 상의 없이 버려졌고, 이사 후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로 생활했다.

그래서 없어진 줄도 몰랐다.

어느 하루 마음이 지치고 힘들어서 그 이불을 껴안고 자려고 찾았는데 없어진 걸 깨달았다.

아, 그때의 상실감이란.


상실에 대한 이 경험은 나에게 어떤 결핍과 집착을 자아냈다.

나는 기억과 추억을 내 곁에 붙잡아 두고 싶어 하지만 반대로 흘러가게 두는,

역설이 공존하는 복잡한 어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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