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누군가 나에게 디퓨저를 선물로 준 적이 있었다.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디퓨저를 사용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선물을 받고 매우 설레었다.
두근두근 - 기대하는 마음으로 선물 박스를 열고 향을 맡았는데, 왠걸- 너무너무너무 인공적인 딸기향이 나는거다. 생각했던 거와 너무나도 다른 향과 내 방 인테리어와는 어울리지않는, 지나치게 감성적이었던 디자인에 실망해버려서 서랍 깊숙이 넣어놓고 다시 꺼내보지 않았다.
그 뒤로도 몇 번 선물로 받았는데, 받을 때마다 향이 내 취향이 아니거나 너무너무 인공적인 향이 나서 디퓨저에 대한 안좋은 인식이 생겨버렸고, 내 손으로 직접 사지 않을 것 같은 아이템 1순위를 꼽자면 디퓨저라고 말할 정도로 나에게 별로인 아이템이 되어버렸다.
본가에서 독립을 하고 한창 집꾸미기를 할 때였다. 스타필드에 쇼핑을 하러 갔는데 어딘가에서 너무 좋은 향이 나서 나도 모르게 그 매장에 들어갔다. 너무나 향기로운 향이 가득한 그 매장은 새롭게 런칭한 디퓨저 브랜드였다. '이 향기가 우리 집에서 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충동적으로 디퓨저를 구매해버리고 말았다.
'아니 내가 디퓨저를?! 내가 직접 산다고?!'
결제를 하는 순간에도 이런 스스로가 믿기지가 않아서 헛웃음이 났었다.
나에게는 쓸모없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던 디퓨저를 직접 구매하는 순간이 오다니! 이런 내 인식을 한 번에 뒤바꿀 정도로 좋은 향이라니! 사실은 좋은 향이 나는 디퓨저도 많은건 아닐까? 첫인상이 안좋았던게 너무 크게 각인되었어서, 내가 너무 안좋게만 생각했던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편협했던 내 스스로를 반성하며 나는 '향'의 세계에 발을 뻗었다.
'향'은 딱히 관심을 두지 않는 영역이었는데, 이 일을 계기로 나에게 중요한 영역이 되었다.
이제는 집에서, 차에서, 내 몸에서 좋은 향기가 나도록 디퓨저를 놓고, 룸스프레이를 뿌리고, 향수를 뿌린다. 내가 좋아하는 향을 다른 사람들도 느꼈으면 좋겠어서 누군가 차에 타면 내가 좋아하는 향의 룸스프레이를 미리 뿌려둔다던가, 집에 손님이 올 걸 대비해 현관 앞에 디퓨저를 놓는다.
다른 사람에게서 좋은 향이 나면 향수를 따라 살 때도 있고, 샴푸를 바꿔보기도 한다. 이전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던 핸드워시와 핸드크림의 향을 맞춰서 사용하기도 하고 계절에 따라 향수도 다르게 사용한다.
와- 디퓨저 하나로 이렇게나 내 세상이 다채로워지다니!
'향'이라는 세상을 알게 되었을 뿐인데 '나'에 대해 스스로 좀 더 알게 된다는걸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향과 싫어하는 향이 무엇인지, 어떤 종류의 아이템을 선호하게 되었는지 '내 취향'을 알게 되었다.
정말 재밌는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언젠가 또 이렇게 내 세상이 넓어지는 순간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