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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 거리 비추는 작은 등불처럼

by 윤이나



세례를 받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 찬양 피정에 가게 된 일이 있었다. 신부님이 가라고 해서 억지로 갔던 그 곳은, 나는 잘 몰랐지만 유명한 신부님이 진행하는 찬양 피정이라고 했다. 그러던가 말던가 집에 가고 싶었던 나는 거기에 있는 모두가(나빼고) 찬양을 따라부르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그 많은 찬양을 외워서 따라 부르는건지, 그 모습이 신기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집중하지 못하고 약간은 불편한 마음으로 있던 시간이었지만 기억에 남는 찬양이 2곡 있었는데, 하나는 '축제2'였고 다른 하나는 '하늘의 태양은 못 되더라도'였다.


'축제2'는 나빼고 모두 신나게 불러서 기억에 아주 강렬하게 남았다.

신나게 드럼과 기타를 치는 신부님들과 모두들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고 열심히 찬양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매우 낯설어서 속으로 '이게 뭐지?'란 생각을 했었다. 중간에 신부님이 랩같은것도 했는데, 그 모습이 매우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세상에,, 랩이라니? 신부님이?)

알고보니 이 곡은 정말 정말 유명한 곡으로 신부님이 직접 작사, 작곡하신 곡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곡을 부를 일이 없겠거니 생각했는데, 아주 나중이 된 지금에서야 많이 부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쨌든 나에게 신선하고 충격적으로 다가온 곡이었다.



'하늘의 태양은 못되더라도'는 멜로디와 가사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기억에 남았다.

(이 곡도 김태진 신부님 곡이다.)




어둔 거리 비추는 작은 등불처럼
내 주위의 사람에게 빛을 줄 수 있다면
나의 한평생 결코 헛되지 않으리
나의 사랑으로 빛을 줄 수 있다면


때론 나의 힘만으로 벅찰지 몰라
그럼 기도할거야
나의 벗이며 나의 사랑 주님께
하늘의 태양은 못되도
밤하늘 달은 못되도
주위를 환하게 비춰주는
작은 등불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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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 거리 비추는 작은 등불처럼 내 주위의 사람에게 빛을 줄 수 있다면'

이 가사는 내 신앙생활의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당시에 내 주변에는 태양처럼, 달처럼 주위를 환하게 비추는 사람이 있었고 나는 그 사람 덕분에 어둠에 잡아먹히지 않고 있을 수 있었다. 그러다 가사를 보고 작은 등불처럼 내 주위의 사람에게 아주 작은 빛이라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작은 바람이 생겼다. 나는 태양이나 달같은 사람은 될 수 없으니까.


그 뒤로 나는 성당을 열심히 다녔다.

내가 정말 작은 등불처럼 주위의 사람에게 빛을 줬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나름 열심히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여러 봉사를 하며 많이 웃고 많이 울면서 나 스스로 빛나려고 노력했고, 내가 지닌 빛을 주변에 나누려고 부던히 노력했다. 그래서일까? 내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넘쳐난다.


이 모든게 지금은 내 일상속에 스며들어서 지금은 성당활동을 하면서 겪었던 경험들과 성당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에 내 일상이 풍요로워졌다고 생각한다. 성당에서의 활동을 하지 않는 나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내가 힘들 때, 또는 내 주변에 누군가 힘들 때 서로의 작은 등불이 되어 줄 수 있는 이 곳이 나는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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