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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질 때만 냉장고를 여는 건 아니다. 외로울 때도 자주 연다. 먹을 게 없다는 걸 알지만 무언가가 나를 채워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열고, 닫는다.
냉장고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 그릭 요거트, 물 한 병, 그리고 빈칸이 많은 선반들이다. 고기도, 채소도, 김치도, 주스도 없는 혼자 사는 사람의 일반적인 냉장고다.
냉장고 안에서 나오는 차가운 바람이 어쩔 땐 너무 차갑게 느껴진다. 그 바람이 텅 빈 공간 속에서 혼자라는 사실을 더 또렷하게 느끼게 한다.
살아 있다는 건 때로는 그냥 냉장고를 채우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주말마다 일주일 치 식재료를 사고, 냉장고를 채우고, 어떤 날엔 요거트를 곱게 덜어 꿀을 뿌린다.
별거 아닌데, 그걸 먹을 때면 마음이 조금 덜 헛헛해진다. 속이 차면서 마음도 차오르는 느낌이다.
외로움은 배고픔처럼 찾아온다. 채워야 사라지는 감정, 그렇다고 아무거나 먹을 순 없다. 입이 아니라 마음이 만족해야 한다.
그래서 오늘도 냉장고 문을 열었다. 텅 빈 공간을 들여다보다가, 요거트를 꺼내 조용히 덜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