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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 나를 위해 요리하는 법을 배운다

0.08인분

by 성구의 인디웨이

요리는 누군가를 위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요리를 하지 않았다. 굳이 손질하고, 불을 쓰고, 설거지를 할 필요가 없었다. 사실, 귀찮았다.


그런데 어느 날, 너무 지친 하루의 끝에서 배달앱도 켜기 싫고, 입맛도 없던 날, 나는 냉장고에서 남은 계란 두 개를 꺼냈다.


전자레인지에 밥을 데우고, 프라이팬에 계란을 굽고, 그릇에 담아서 간장과 참기름을 뿌렸다. 밥, 계란, 간장과 참기름.


지글지글 계란 굽는 소리, 고소한 참기름 향기, 김이 모락모락 올라는 뜨끈한 밥. 그날따라 이상하게 더 따뜻했다. 그것 '맛' 때문이 아니라 그걸 나를 위해 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요리를 한다는 건 입을 위한 일일뿐만 아니라 마음을 데우는 일이기도 하다. 대단한 걸 만들지 않아도 된다. 현미밥 한 공기, 계란프라이 두 장, 간장과 참기름 한 스푼. 그게 오늘 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이 된다.


이제는 일주일에 한두 번, 간단한 요리를 한다. 양배추볶음, 계란볶음밥을 한다. 간단한 5분짜리 요리라도 나를 위해 한다는 게 중요하다.


나는 요리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정확히는 나를 대접하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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