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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놀랄 만한 일도, 화날 만한 일도 없다. 누군가의 연락도 없다. 해가 떴다가,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밤이 찾아온다. 그냥 시간이 흐른다.
그런 날의 끝에 내가 혼자 밥을 챙겨 먹고, 운동을 하고, 일을 조금이라도 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놓인다.
사람들은 '갓생'을 외치며 대단한 하루를 잘 살았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냥 무탈한 하루를 더 좋아한다. 별일 없는 하루가 어쩌면 아주 잘 살아낸 하루일지도 모른다.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불 끄기 전, 고요 속에서 나는 종종 스스로에게 말을 건넨다.
"오늘도 잘했어"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살아냈네"
"오늘도 밥을 먹고, 오늘도 운동을 하고, 오늘도 일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아무도 그걸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밥을 먹을 수 있고, 운동을 할 수 있고, 일을 할 수 있고, 잠을 잘 수 있고, 살아 있다는 것. 그 자체로 충분히 괜찮은 성과다.
내가 나를 버티게 하고, 내가 나를 위로하고, 내가 나를 칭찬하고, 내가 나를 꾸준히 나아가게 만든 하루. 오늘 하루도 충분히 잘 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