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만들기미술' 예찬론자이다. 예찬의 배경에는 15년이상의 미술교육을 통해 그 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유·아동기많은 아이를 위한 수많은 활동중에서도, 아동기에 꼭 필요한 경험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코 '만들기미술'을 추천한다. 이 글은 아래의 "눈맞춤, 입맞춤, 숨맞춤의 예술, 엄마표미술' 글의 연장선에 있다. 내가 만들기미술을 추천하는 세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하나, 만들기미술은 아이의 시선을 높여준다.
일반적인 2차원적 미술활동은 대부분 책상위의 종이위에서 이루어 진다. 이때 아이의 시선은 자연히 아래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반면, 만들기미술은 아이가 손과 도구를 따라 시선방향을 10°~120° 사이의 각도로 자유롭게 움직이게 한다. 정면을 바라보기도 하고, 제작하는 조형물을 관찰하기도 한다. 이처럼 시선이 자유로워지면 아이는 더 넓게 시야를 확장하게 된다. 시선이 자유롭다는 것은 곧 사고도 유연하다는 의미이며 이러한 작은 차이가 아이의 창의력, 집중력, 상상력, 공간감각을 더 풍부하게 자극한다.
또한 시선의 높이가 높아진다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자세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아이와 엄마가 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향하거나 서로 마주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눈맞춤이 발생하고 그 안에서 따뜻한 정서적 교류가 일어나게 된다. 정서적교류는 자연스럽게 아이가 무언가를 만들때, "이건 뭐야?", "어떻게 만들었어?"등의 대화를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이 대화들은 단순한 질문과 답변이 아니라, 아이의 사고를 확장시키고 감정을 표현하는 통로를 만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아이는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둘째, 만들기미술은 '다양한 손활동'이 가능하다.
그리기나 색칠하기는 한정된 동작에 머무는 2차원 작업활동이다. 반면에 만들기미술은 자르고, 붙이고, 꿰매고, 비틀고, 쌓고, 부수는 등 손에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손은 '바깥으로 드러나는 제2의 두뇌'라고 불릴 만큼 정교하고 섬세한 감각기관이다. 다양한 손경험은 아이의 소근육발달은 물론, 뇌의 인지발달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제로 아동기 손놀림이 많을수록 언어능력, 수리사고력, 문제해결능력 등 다양한 영역의 발달이 빠르게 이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셋째, 만들미술은 '기법'이 아니라 '방법'의 과정이다.
우리는 종종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잘 그리고 잘 만들고 예쁘게 표현하는 기술'을 가르치려 한다. 그러나 만들기미술의 가치는 완성도나 기교에 있지 않다. 그것은 재료를 어떻게 다루고, 어떤 방법으로 인내심과 호기심을 갖고 조형적 표현을 시도하며, 시행착오를 통해 무언가를 알아가게 되는 과정속에 진정한 가치가 있다.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며,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잘 그리는 기술보다 더 중요한 생각하고, 시도하고, 다시 도전하는 태도를 알아가게 된다. 브로콜리뇌미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