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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탐구일지》

6편. 두려움과 창작 – 나를 드러내는 일의 떨림

by 지쿠 On

창작은 조용히 떨리는 일이다.

그건 기술이 부족해서도,

재능이 모자라서도 아니다.

창작은 결국

‘나’를 바깥으로 꺼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야기, 생각, 감정, 기억,

그리고 아직은 형태조차 없는 무언가까지.

그 안쪽을 천천히 꺼내 세상에 밀어놓을 때,

마음 한편이 항상 흔들린다.


예전엔 타인의 시선이 무서웠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땐,

그 떨림의 이유가 뚜렷했다.

보이는 나에 대한 두려움.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 봐,

이걸 해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봐,

그 시선 하나에 움츠러들곤 했다.


하지만 지금의 떨림은 다르다.

이젠 세상보다 나 자신에게 떨린다.


지금의 나는,


‘해도 될까?’보다는 ‘해야만 할까?’를 묻는다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무언가를 표현해보고 싶어질 때,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걸 정말 해도 괜찮을까?”

“아니, 이걸 위해 내 에너지를 지금 써야 할까?”


이건 자신감의 부족이 아니다.

삶을 살아오며 체득한 선택의 감각,

그리고 그 안에서 점점 더 분명해진 신중함의 방향성이다.


에너지는 유한하다.

그래서 나는,

두려움을 피하려 하기보다

그 감정을 마주한 채 ‘더 본질적인 것’을 선택하려 한다.


두려움은 이제 직감이다


요즘 내가 느끼는 두려움은

단지 감정의 반응이라기보다,

살아온 날들에서 축적된 시각적‧경험적 데이터들이

한순간에 응축되어 나타나는 직감에 가깝다.


망설임이 올라올 때,

그건 대개 내 안에 ‘아직 결정되지 않은 무언가’가 있음을 알려준다.

그 직감은 나를 멈추게 하기도 하고,

또는 한 발 더 깊이 생각하게 한다.


결국, 두려움은 내 안의 나침반이 되어간다.


떨림은 여전히 있다.


그럼에도 나는 만든다


이제 나는 떨림 없는 도전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 감정을 안고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여 보고,

아이디어를 더 다듬고,

내가 가진 것을 세상에 조금 더 꺼내보는 연습을 해나간다.


무언가를 만든다는 건,

내 안의 두려움을 데리고 바깥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진짜의 언어는


두려움과 경험을 통과해 나온다


요즘은 가볍게 쓴 글보다,

망설인 끝에 쓴 문장이 더 오래 남는다.


이건 괜히 그런 게 아니다.

그 문장 속에는

한 사람의 진짜 떨림과,

그럼에도 꺼내고자 한 의지가 스며 있기 때문이다.


나는 믿는다.

두려움을 통과한 언어만이,

진실한 그 사람의 이야기만이,

누군가의 마음 깊은 곳에 닿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금 떨리는 마음으로

다시 한 줄을 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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