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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 옆 오막살이

그 집 아이의 성공비결

by 해든


비염은 대표적인 알레르기 질환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사람에게 문제 되지 않는 먼지가

어떤 사람에게만 과도한 면역 반응을 일으켜서 콧물,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똑같은 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몸이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같은 환경에서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도 있는데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


아이를 키우며 통제하는 조건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부모가 평생 아이를 위해 모든 조건들을 통제해 줄 수는 없다.

어느 순간 통제할 수 없는 조건들이 나타날 것이고

내 아이만 혼자 낮은 턱마다 걸려 넘어진다면 아이 본인이 제일 괴롭다.

장기적으로 통제가 가능한 조건인지를 판단해서 그렇지 않다면

아이가 못 느끼거나 유연하게 적응하고 극복하게 해주는 것이 현명하다.

아이를 키울 때 아이 맞춤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아야 한다.


학습에 있어서도 걸림돌이 적을수록 편하게 공부할 수 있다.

소음이 대표적인 방해요소이다. 조금만 시끄러워도 집중을 못하고,

같이 공부하는 공간에서 들리는 기침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볼펜소리,

소곤소곤 얘기하는 소리 등 다양한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이들이 있다.

아이가 늘 조용한 환경에만 있게 해 줄 수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최종적으로 아이가 시험을 보는 환경이 진공상태가 아니다.

시험을 보는 장소는 여러 사람이 모여있고 처음 가보는 공간인 경우도 있어서

어떤 소음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

공부를 할 때도 시끄러운 쉬는 시간이든, 지하철이든, 카페든

어느 환경에서나 할 수 있어야 한다.

고등학교에 가면 야자(야간자율학습)가 강제되는 경우도 있다.

여러 명이 있는 환경에서 공부를 잘 못한다면 학습의 질이 떨어질 것이다.


소리에 유독 예민한 기질을 타고난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성장 과정에서 예민함이 강화된다.

반대로 환경을 조절해서 예민한 기질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아이가 어린 집 문에 "아기가 자고 있어요. 초인종을 누르지 말아 주세요."라고 써 붙이는 경우가 있다.

초인종은 외부의 조건이라서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

초인종이 울릴 때마다 화가 난다면 가족 모두 힘들다.

그런데 초인종 소리에도 깨지 않고 잘 수 있는 아이라면?

아기도 작은 소리에 깨지 않고 푹 자서 기분이 좋고 가족들도 편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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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소음에 민감하지 않은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

임신 중일 때부터 소리에 노출이 많아야 한다.

아이는 양수 안에 있을 때 엄마 뱃속에서 들리는 여러 소리들 때문에

백색소음에 익숙해져 있다. 거기에 더해서 음악도 듣고 대화도 많이 하고 운동도 해서

아기가 뱃속에서 다양한 소리들을 들어야 한다.

첫 아이 임신 중이고 엄마가 전업주부라면 하루 종일 혼자서 조용히 지내는 경우도 있다.

너무 고요한 환경에 있으면 아이는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아이가 태어나면 깰까 봐 더 조용히 지내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수록 아이는 예민해진다.

라디오를 계속 켜 놓은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고

집에서 보통 들릴 수 있는 소리들을 억지로 없애지 말고 계속 노출시켜야 아이는 소음에 무던해진다.


아이가 잠든 저녁 늦게 집에 사람들이 놀러 온 적이 있다.

그런데 왔던 사람 중에 같은 나이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가 있었는데

가스불을 켜려고 하니까 아이가 깨면 어떡하냐고 달려와서 말렸다.

가스불 정도로 깰 아이들이 아닌데 아마 그 집 아이는 이 정도 소리에도 깨나 보다.

그 후로도 계속 이야기를 소곤소곤하려고 했다.

잠들 때 잠투정은 있었지만 잠들고 나면 푹 자서 나머지 가족들이 자유롭게 생활했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라는 동요가 있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

칙 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차소리 요란해도 아기 아기 잘도 잔다


기차 소리가 요란해도 잘도 잘 수 있는 아이로 키우자.

아이 주변의 환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환경 탓을 하는 시람이 되지 않게

편안한 아이로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민하지 않은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아이가 세상에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

세상이 아이를 맞춰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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