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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사탕이라도 물리지

왜 아이를 울려

by 해든


아침에 유치원 등원 버스를 타기 위해서 나갔다.

겨울이었고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둘째가 무언가 불만이 있어서 울었다.

나는 집부터 걸어 나오면서 차근차근 설명을 해줬고

아이도 수긍하고 등원버스에 탔다. 물론 울음 끝은 남아 있었다.

아이가 가자마자 동네에서 같이 등원버스를 태우던 어떤 어머니께서

"겨울에 추운데 왜 아이를 울려. 감기 걸리게. 울지 않게 얼른 사탕이라도 입에 하나 물리지."

이렇게 말씀하셨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해결방법이었다.


아이가 우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어릴 때는 뭔가 자기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고

말로는 표현이 안되니까 울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때 그 이유가 타협 가능한 것이 있고 아닌 것이 있다.

예를 들어 카시트에 앉지 않겠다고 우는 것이면 울든 말든 아이를 설득해야 한다.

불편할 수 있지만 카시트에 반드시 앉아서 가야 하는 이유를

아이가 받아들일 때까지 설명해줘야 한다.

하지만 옷의 거칠거칠한 느낌이 싫다고 운다면 들어주면 된다.

이렇게 두 가지 선택지만 있다.

울음을 멈추기 위해 아무 관련이 없는 사탕으로 감정만 누그러뜨리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다.


사탕으로 아이와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로 엄마가 아이를 파악할 기회를 잃어버린다.

엄마가 아이를 낳기는 했지만 아이는 처음 만나보는 전혀 새로운 인간이고

육아는 아이가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해 나가는 과정이다.

옷의 촉감 때문에 울었다면 아이가 촉감에 예민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다음부터는 그런 옷을 안 사서 아이와의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둘째로는 아이와의 갈등이 점점 심화될 것이다.

벨트를 하기 싫다는 울음이었다면 사탕으로 그 순간은 참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아이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느껴지는 불편함 때문에 불만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일상에서 매일 갈등이 반복된다.

아이와의 대립에서 안전, 예의 문제등 반드시 관철시켜야 하는 주제라면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아이를 설득해내야 한다.

그것이 엄마가 어른으로서, 부모로서 해야만 하는 역할이다.


마지막으로 아이를 달래기 위해 쥐어줘야 하는 당근이 점점 커져서 감당가능한 정도를 넘어갈 것이다.

5살 때 사탕으로 해결했다면 10살에는 핸드폰 정도는 바꿔줘야 할 것이고

어른이 되고 나면 차를 사줘야 할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다르다.

문제를 회피하는 사람도 있고 일방적으로 참아서 문제가 없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힘으로 제압하거나 남 탓만 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방법이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틀렸다.

잘못된 문제해결방법이 학습되었다면 사회생활이 힘들어진다.

올바르게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도 엄마로부터 배워야 하는 것이다.

엄마는 아이와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파악하고, 옳고 그름을 알려주어서

아이가 원칙과 사회규범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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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문제가 생겼을 때 아이를 들어서 옮기는 것이 가장 편하다.

마트에서 떼를 써도 안아서 들고 나오면 된다.

하지만 그런 해결방법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억지로 멈춰지고 들어서 옮겨지는 아이는 무력감을 느끼고 마음속에 분노가 쌓일 것이다.

부모로부터 많이 듣고 배우고 깨달아서, 아이가 스스로 움직이게 해야 한다.

이러한 갈등 해결 연습은 어릴 때 하는 것이 쉽다.

어릴 때 아이들에게 부모는 절대적인 존재이고 부모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때 작은 것 하나라도 문제가 되는 부분을 넘기지 않고 원칙을 내재화시킨다면

아이가 사춘기를 지나 성인이 되어서까지도 갈등을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아이가 어리면 모를 거라고 생각해서 설명을 안 하고 넘어가기도 한다. 그렇지 않다.

아이들은 온 신경을 부모의 말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가 이해를 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설명하고 설득하다 보면

아이도 알아듣는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아이 또한 의사소통능력이나 언어 이해력도 높아질 것이고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도 배우게 된다.

한 번 말해서 모르면 백 번 얘기해 주면 된다. 그렇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부모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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