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그릇을 들여다보며
가을은 아름다운 단풍의 계절인가, 아니면 가슴 깊은 곳에 공허를 일으키는 쓸쓸함의 계절인가?
가을이 되니 문득 내 마음의 그릇을 들여다보게 된다.
며칠 전, 지인이 본인도 지인의 추천으로 신발을 구입해 신어보니, 발의 피로가 줄고 허리까지 가벼워졌다고 한다.
그 좋은 경험을 나누고 싶다며 직접 남편을 강남대로의 매장까지 안내해 , 정성스레 신발을 선물해 주었다.
자신이 느낀 편안함을 내 남편과도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배려와 세심한 마음이 전해져, 그 따뜻함이 내 마음에도 스며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은 고요했다.
창밖으로 스치는 불빛 사이로 평상시 말수가 적은 남편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참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야" 그 한마디에 담긴 따뜻한 울림이 묵직하게 가슴에 와닿았다.
평온하고 행복한 표정으로 운전하는 남편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스쳤고, 나도 모르게 마음 한편에 따뜻한 온기가 번져왔다.
문득, 나는 과연 얼마나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나도 그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넉넉한 마음이라는 것은 꼭 많은 것을 가진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함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감사할 줄 아는 여유, 그것이야말로 넉넉한 마음일지 모른다.
그건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힘, 그리고 그것을 조용히 흘려보낼 줄 아는 지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곧,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 사는 길이 아닐까?
요즘의 세상은 자꾸만 더 가져야 한다. 더 이뤄야 한다고 재촉한다.
하지만 나는 있는 그대로의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넉넉한 마음으로 산다는 것은 결국 자가 자신을 향한 온유함에서 시작되는 일일 것이다.
그런 마음이 있을 때에야 넉넉한 마음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요즘 들어, 나는 넉넉한 마음이란 말을 자주 떠올린다.
이제는 나이가 들었으니 서두르지 않으며 한 걸음 물러서서 넉넉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한다.
올 가을에는 욕심보다는 여유를 , 불안보다는 넉넉함을 담고 내 안의 온도를 잃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주방 한편, 오브제들이 만들어낸 작은 풍경* 평범한 공간을 조금 특별하게 만들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