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에 중독된 정신과 의사
마약에 중독된 사람을 본 적이 있으십니까? 저는 영화나 뉴스에서 종종 보긴 했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었습니다. 마약 중독 환자가 입원하면 정말 큰일이 난다는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병동의 로딩(업무량) 관점에서 알코올 중독 환자 한 명은 성격장애 환자 10명과 로딩이 같고, 마약 중독 환자 한 명은 알코올 중독 환자 10명과 로딩이 같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마약에 중독된 환자는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합니다. 마약 중독 환자분들이 마약을 중단하면 심한 갈망과 금단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마약을 못하게 하면 극도로 예민해지고 심지어 폭력적이 되기도 합니다. 치료자와 병동의 입장에서는 마약 중독 환자는 정말 '끝판왕'인 것입니다. 환자분이 미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환자가 아니라 마약 자체를 미워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약 중독의 치료는 매우 힘듭니다. 때문에 마약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것을 동원해야 합니다. 입원 초기에는 금당 증상을 경감시켜 주면서 마약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견딜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이후로는 약물 치료는 물론이고, 동기강화면담, 인지행동치료, 가족치료, 자조모임, 직업 훈련이나 대인관계 훈련 등 사회적인 개입 등이 필요합니다.
금단 증상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극심한 불안, 초조, 식은땀, 떨림, 구토, 설사, 두통 등의 금단 증상이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런 금단 증상을 경감시키기 위해 메타돈과 같은 장기지속형 아편계열 마약류를 마약 중독 치료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마약 중독 환자의 치료 목적으로는 금지되어 있어 갈망과 금단 증상을 관리하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마약 환자분들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특히, 입원 치료를 할 수 있는 곳은 아주 적습니다. 제가 아는 얼마 안 되는 중독 전문 입원 병원은 운영이 어려워져 최근에 문을 닫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마약 중독자가 점차 늘어나고, 특히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치료에 대한 접근성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습니다. 참 걱정입니다.
호기심에 마약을 한번 해보고 싶은 분이 있다면 극구 말리고 싶습니다. 마약을 한번 하더라도 본인의 의지로 조절 가능 할 것이라는 생각은 매우 위험한 것입니다. 마약 중독은 의지로 어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마약의 중독 위험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속아서 또는 억지로 마약을 투여당하면 정말 억울하고 최악인 것입니다.
마약 중독 환자의 말로는 너무나도 처참합니다. 마약을 처음 할 때는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지만, 나중에 가서는 좋은 기분을 위해서가 아니고, 극심한 금단 증상을 일시적으로 경감시키기 위해 마약을 찾습니다. 다시 복용하면 잠시 나아지지만 그 지속 효과는 점차 짧아지고 결국 마약을 찾는 빈도가 점점 늘어납니다. 마약을 하면 좋은 사람에서 해야만 하는 사람으로 변합니다.
마약 중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작을 안 하는 것입니다. 처음 한 번이 중요합니다. 주변에 마약을 하는 사람이나, 마약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으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마약을 쉽게 접하는 직업군이 바로 의사들입니다. 마약성 진통제 중 펜타닐, 모르핀 등이 있고, 마취약으로 쓰이는 프로포폴, 케타민 등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는 마취과 의사들이 가장 자주 접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시라도 마약이 궁금했거나 권유받아 보신 분이 있다면 이번 이야기 통해 '쳐다도 볼지 말자'는 것을 마음에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이야기는 지어낸 것입니다.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병동에서 마약 중독자의 주치의를 해볼 기회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마약 중독 환자가 우리 병원에 입원하는 케이스는 1년에 한, 두 건이었습니다. 그 한, 두번의 기회가 저에게로 왔습니다. 마약 중독 환자가 정말 '끝판왕' 일 지, 직접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침 저는 일이 비교적 한가한 때였고,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1년차 후반 이었습니다. 그런데 환자가 입원하기도 전에 교수님의 전화가 왔습니다.
"김 선생, 오늘 입원 하는 환자는 정신과 의사라네. 종합병원에서 페이 닥터 하고 있는데 중독 문제로 입원할거야. 입원하면 같이 보러 가게 알려주게나."
페이 닥터라고 하면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가 되어 1, 2차 병원에서 봉직의를 하고 있는 선배 정신과 의사라는 것입니다. 마약 중독 환자를 볼 수 있다는 기대는 선배 의사, 그것도 정신과 의사의 주치의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대체 되었습니다. 환자분이 입원하였습니다. 40대 초반 남성 이었습니다. 겉보기에는 특별히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전공의 OOO 입니다. 선생님의 주치의를 맡았습니다. 교수님께서 곧 오실 건데 그떄 같이 뵙겠습니다. 짐을 풀고 계시면 다시 오겠습니다."
"예 안녕하세요. 잘 부탁 드립니다."
환자분은 친절했지만 약간은 과한 미소를 하며 대답했습니다. 교수님에게 전화를 하고 같이 보러 갔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번에 외래에서 이야기 한대로 2주 정도 입원하고, 계시는 동안 필요한게 있으시면 여기 OOO 선생님 통해서 말씀 주십시오."
"예 감사합니다 교수님."
대화는 짧게 끝났습니다. 외래 기록은 정말 간략하게 쓰여 있었어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저는 몰랐습니다. 교수님과 함께 스테이션으로 돌아왔습니다.
"김 선생은 마약 중독 환자를 맡아본적이 있나?"
"아니요 처음입니다."
"그래 공부가 많이 될거야. 환자분이랑은 일단 마약 금단 증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2주 정도 짧게 입원하기로 했어. 말하기론 펜타닐을 했다는데, 아마 다니던 병원에서 구한게 아닐까 싶어. 다른 약들도 했을 가능성이 있으니 한번 물어보고."
"예 교수님"
"쉽지 않겠지만 치프 선생님한테 물어가면서 보도록 해. 일단 오늘은 히스토리 많이 하고, 약은 그 뒤에 정하자. 무슨 일 생기면 나한테 연락 주고."
히스토리 많이 하라는 것은 병력을 자세히 물어보라는 뜻 입니다. 약은 그 뒤에 정하자는 것은 일단 오늘은 약 없이 넘기자는 얘기 였습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이라고 하신 것은 무슨 일이 생길 것이라고 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 다음에 이어
(등장인물들에 대한 정보와 이야기는 모두 지어낸 것이며 실제 인물과는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