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투소 투어
트럼프 호텔의 마무리와 인앤아웃 버거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아내와 아이는 트럼프 호텔 수영장으로 향했다. 물이 맑고 좋았지만 내 기준엔 너무 차가워서 나는 밖에서 사진사 역할만 충실히 했다. 돈 낸 만큼 뽕을 뽑아야 하는 게 자본주의의 철칙이지만, 뼈가 시린 30대 후반 아저씨는 온수 풀이 아니면 들어갈 엄두가 안 난다. 그래도 수영을 진짜 좋아하는 딸내미가 신나게 노는 걸 보니 흐뭇하긴 하다. 트럼프 호텔의 호사를 마무리하며 발레파킹 직원에게 쿨하게 팁을 쥐여주고 차를 뺐다. 가성비 여행자라도 쓸 땐 쓴다.
LA로 넘어가는 길, 서부의 명물 인앤아웃 버거를 드라이브 스루로 때리며 미 서부 바이브를 좀 냈다. 그리고 끝없는 길을 달려 드디어 우리의 LA 호텔에 도착했다. 저녁을 대충 때우고 피로를 풀 겸 자쿠지에서 몸을 지졌는데, 아내 몸에 뭐가 오돌토돌 났다. 물갈이인지 장거리 피로 탓인지 걱정이다. 내일 본격적인 LA 투어를 앞두고 장거리 운전의 피로가 묵직하게 몰려온다.
할리우드에서 이병헌 찾기와 마담 투소
본격적으로 할리우드로 출발했다. 주유소가 싼 곳을 알아놨는데 초행길이라 못 찾고 결국 눈에 띄는 큰 곳에서 대충 비싸게 기름을 먹였다. 짠돌이의 뼈아픈 실책이다. 차에서 내려 조금 걷자마자 저 멀리 산중턱에 그 유명한 할리우드 사인이 떡하니 보인다. 영주 촌놈이 진짜 미 서부에 오긴 왔구나 싶어 가슴이 다 웅장해졌다.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는 솔직히 바닥에 별 박혀 있는 게 전부라 별거 없네 싶었는데, 막상 걷다 보니 꽤 재밌다. 차이니즈 극장 앞에서 유명 배우들 손발인 찍힌 걸 구경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여기에 이병헌 있어요!" 하는 낭랑한 한국어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한국인 선생님이 학생들을 인솔해 와서 현장 학습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남의 투어에 슬쩍 묻어가는 공짜 가이드 찬스를 얻어 안성기와 이병헌 배우의 손도장까지 야무지게 찾아냈다.
이어서 아내가 라스베이거스에서부터 가고 싶어 했던 마담 투소 밀랍인형 박물관으로 갔다. 평소 액션, SF, 마블 영화 등을 가리지 않고 챙겨보는 영화광인 나도 내심 기대했던 곳이라, 클룩 앱을 켜서 가성비 좋게 결제하고 들어갔다. 스크린으로만 보던 할리우드 배우들의 실제 체형과 근육질 몸매 비율을 바로 옆에서 체감할 수 있어서 엄청 재밌었다. 특히 드웨인 존슨 형님의 미친 떡대는 엄청난 자극제였다. 나도 한국 돌아가면 헬스장에서 득근해서 저 몸매를 만들고 말리라 다짐하며, 우리 식구 모두 신나서 사진을 수백 장은 찍어댔다.
게티 센터의 예술 피로도와 주차비 방어전
다음은 LA의 필수 코스라는 게티 센터. 사실 나는 별로 안 당겼지만 의무감에 가봤다. 결과는 역시나 감흥 제로. 그동안 파리 루브르 박물관부터 런던 내셔널 갤러리,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까지 내로라하는 미술관을 돌며 찐 오리지널 명작들로 눈을 한껏 높여놨더니, 웬만한 곳으론 도파민이 안 돈다. 아이도 지루해하며 몸을 비비 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곳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예술품이 아니라 주차장 정산소에서 터졌다. 주차비를 정산하려고 기계 앞에 섰는데, 누군가 정산기 위에 다 쓴 티켓을 툭 올려두고 간 게 아닌가. 혹시나 하고 쓱 밀어 넣어보니 차단기가 스르륵 열리며 공짜로 출차가 됐다! 예술품 수천 점보다 남이 버리고 간 주차권 한 장에 더 큰 감동을 받는 나란 인간. 미술관 내내 1도 안 돌던 도파민이 공짜 출차 차단기가 열리는 순간 화산처럼 폭발했다. 완벽한 횡재였다.
세탁 지옥과 LA 부랑자
점심도 건너뛰고 트레이더 조에 들러 식재료를 쓸어 담아 호텔로 돌아왔다. 저녁을 해 먹고 남은 재료는 내일 점심으로 밀어두고, 여행자의 영원한 숙제인 밀린 빨래를 하러 나섰다.
프런트에서 귀한 쿼터(25센트) 동전으로 바꿔 세탁기를 돌렸는데, 재수 없게도 캡슐 세제가 드럼 세탁기 입구 쪽에 끼어버렸다. 어찌어찌 괜찮겠지 싶어 그냥 건조기까지 돌렸는데, 꺼내보니 옷감에 세제 색깔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물을 묻혀보니 비누 거품이 뽀글뽀글 올라온다. 내 멘탈도 같이 뽀글뽀글 녹아내렸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쿼터를 다시 바꿔 두 번째 세탁을 하러 세탁실 문을 열었는데,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웬 꾀죄죄한 부랑자가 세탁실 안에 떡하니 진을 치고 있는 게 아닌가. 냄새나는 길거리를 넘어 호텔 세탁실까지 침투하다니, 진짜 매운맛 LA 치안을 피부로 찌릿하게 느낀 순간이었다. 생존 본능이 먼저 발동했다. 너무 무서워서 헐레벌떡 프런트로 전력 질주해 직원을 불렀고, 무장한 직원이 출동해 부랑자를 쫓아냈다. 영화에서나 보던 LA 슬럼가의 현실을 호텔 세탁실에서 마주할 줄이야. 정말 영혼까지 탈탈 털린 하루였다.
드디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나는 88년생 지방직 공무원입니다』 출간
모두가 "지방은 끝났다", "월급만으론 답이 없다"고 말할 때, 저는 이 변두리 소도시를 저만의 든든한 '자본주의 베이스캠프'로 개조했습니다. 전 세계 자산에 투자하고, 30개월의 아빠 육아휴직을 온전히 누리며, 80일간의 가족 세계일주를 완주해 낸 현실적인 실전 생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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