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지 않고 마주한 감정의 얼굴
과거의 나는
“혼자 괜찮아?”
라는 질문을 들을 때면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하곤 했다.
스스로를 달래는 데 서투르고,
삶의 틈을 혼자 채우는 게 어색한 사람.
그게 바로 나였다.
그 빈틈을 나 스스로 메꿔갈 수 있을까.
이렇게 한번씩
마음 한편이 시끄러울 때가 있다.
처음엔 외로움이
나쁜 감정이라고만 생각했다.
무언가 부족하고,
어딘가 잘못된 상태에서
피어나는 감정 같다고.
누군가를 그리워하거나,
삶이 쓸쓸하게 느껴질 때 찾아오는
결핍의 징후처럼 여겨졌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을 마음인데 말이다.
그래서 외로움을 느낄 때마다
괜히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계획에도 없던 약속을 잡고,
굳이 바쁘게 움직이며
그 감정을 애써 외면하려 했다.
마치,
'외롭지 않은 척'하는 게
잘 살아가는 방법인 것처럼.
혼자 있을 때 보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 시간이
훨씬 외롭고 심심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에게도 가끔은,
아주 가끔은 '혼자여서 외로운' 순간이
찾아오곤 한다.
그러나
과거와 꽤 달라진 점 하나.
외로움이 찾아오면
그냥 그대로 놔두기로 했다는 거다.
방 안이 조용하고,
휴대폰도 잠잠한 그 시간.
불 꺼진 거실에 앉아
내가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을
조용히 맞이한다.
딱히 대단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깨가 무거운 날,
그럴 땐 그저
스스로에게 말을 건넨다.
“오늘은 너가 좀 힘들었구나?”
하고.
혼자 있는 삶은,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는 삶이다.
그리고 그건
내 감정을 무시하지 않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오늘 기분이 어땠는지,
무엇이 피곤했는지,
지금 어떤 마음인지.
그걸 가장 먼저 묻고
가장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
이제는,
그게 나 자신이라는 게 조금 자랑스럽다.
그리고.
외로움과 가까워진다는 건,
결국 나 자신과 가까워지는 일이다.
감정을 속이지 않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조용히 마주보는 일.
누군가 곁에 있어도 외로울 수 있고,
아무도 없는데도 편안할 수 있다면,
외로움은 결핍이 아니라
그저 지나가는 기분일 뿐이다.
그러니까,
그 자리에 잠시 머물며,
그 감정과 함께 조용히 걸어 보자.
하고.
한번더 스스로에게 다짐 해 본다.
혼자인 삶이 나를 더 낫게 만들었는지,
더 외롭게 만들었는지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는 그 감정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는 것.
외로움은 때로 우리를 더
솔직하게 만들어주는 감정이라는
사실이다.
지금 당신이
그런 감정을 마주하고 있다면,
그건 약한 게 아니라
진짜 당신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언젠가,
내가 나를 향해 건낼 수 있는
한자락의 미소가 있다면,
지금 이 삶도 꽤 관찮다는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