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맞추지 않아도 되는 하루의 자유로움
그걸 처음 느낀 건,
한참을 누군가에게 맞춰 살던 시절이
끝나고 나서였다.
늘 누군가와 시간을 맞추고,
말투를 조심하고,
대화의 공백을 먼저 채우려 애쓰던
그 모든 순간이 지나간 뒤였다.
주말 오후,
방금 세탁기를 돌려놓고
조용한 집안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되는 이 순간이
이렇게까지 편해도 되는건가.'
하고.
한때는 북적이는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일 따위
상상도 못 했던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옆자리의 웃음소리,
건너편 커플의 대화,
테이블마다 흐르던 온기에 눌려
괜히 자리를 피하던 내가.
이제는 조용한 구석자리에서
세상 여유롭게 국물을 뜨고,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싼 채
그냥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게 되었다.
혼자라는 건,
조용하다는 뜻이고
조용하다는 건,
내가 나와 함께 있다는 뜻이다.
누구의 말을
듣지 않아도 되는,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그 한 시간이
생각보다 더 깊은 위로가 되었다.
누구와 함께 있을 때의 나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재미있는 말도 하고
때로는 적당히 감정을 숨기기도 하면서,
언제 깨질지 모를 그 관계를
유지하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더랬다.
그게 싫었던 건 아니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건 분명 ‘진짜 나’보다는
‘적당한 나’를 연기하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상했다.
혼자 있는 게 더 편하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된 건
그 모든 연기에서
잠시 물러났을 때였다.
누군가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하루.
그 날들이 쌓여가며
나는 점점 고요해졌고,
그 고요 속에서 조금씩 나를 회복했다.
물론,
가끔은 나도 누군가가 그리워 지거나
사람들 속에 섞여져 있고 싶을때가 있다.
누군가와의 웃음소리가
아주 한번씩 생각 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리움이 생길 지언정,
나는 그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도
스스로를 괜찮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재차 말하는 것 같지만
이상하게, 혼자 있는 게 더 편했다.
혹자는 자기암시라고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이건 팩트였다.
내 안에 있던
무언가가 비로소
정리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고립이 아니라 성장했다는 증거.
평온한 어느 주말.
아무 약속 없이 흘러가던 오후.
햇살이 가득 든 방 안에서
나는 여전히 혼자 조용히 앉아 있다.
그 날.
노트북으로 자택근무를 하다말고
문득 시작 된 감정에 '아차' 싶었다.
누구에게도 설명할 필요 없는 시간이
이렇게나 깊고 단단할 수 있다는 걸.
이렇게나 마음이 편안할 수도 있다는 걸,
그 순간에 처음 알게 되어서.
지금 혼자인 당신도.
어쩌면 외롭다고 생각할지 모를 당신도.
당신 스스로와 함께 할 그 조용한 하루가
누구보다 따뜻하게 지나가길.
부디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