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눈에 반한
어떤 것들은 단숨에 마음을 훅 치고 들어오기도 한다.
미처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전에, 혹은 그것에 대한 판단을 하기도 전에 먼저 치고 들어와
어느새 마음속에 자리 잡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그림을 보는 순간 그랬다.
웃고 있는 것 같지만, 거의 울 듯한 표정의 소년은 구호단체의 광고에 나올 법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진인지 그림인지 언뜻 구별이 안 되는 그것이 볼펜으로 그려진 그림이라는 걸 알았을 때 나는 많이 놀라고 신기했다.
자세히 보니 그림의 모든 형태는 아주 섬세한 볼펜 선으로 그려진 것이었다.
'지울 수도 없는 볼펜으로 이런 그림을 그리다니!'
도전해보고 싶었다.
지울 수 없는 볼펜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것에 묘한 도전의식이 생겼다.
마치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히어로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 지울 수 없는 도구로, 지우지 않는 섬세한 그림을 그려보자.'
그것은 어쩌면,
그동안 나에게는 없었던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여는 것과 같았다.
비장한 떨림을 주는 다짐이었다.
살면서 지우고 다시 쓰고픈 시간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실패로 보이는 것들은 모두 깨끗이 지워버리고 흠 없고 오류 없는 인생을 완성하고픈 욕구는 누구라도 있지 않을까.
지우지 못하는 볼펜 그림은 어찌하든 모든 선을 감싸 안고 완성을 짓는 작품이었기에
더욱 내 마음을 파고든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볼펜 드로잉이라는 지울 수 없는 선의 문고리를 잡고 말았다.
선긋기로 시작하는 드로잉 여정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그리고 용감하게 선을 잡고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지속하는 한 나도 지우지 않은 선의 그림으로 내 삶의 한 편을 그려갈 것이다.
마치 영웅처럼.
* 안녕하세요, 해피마망입니다.
드로잉 에세이, <수요일엔 선을 긋는다>를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