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성의 순간, 삶의 선을 긋다
그림 가방을 들고 집을 나오면서 설렘과 불안감을 함께 느꼈다.
오늘은 좀 더 자신 있게 그릴 수 있을까
비율이 맞지 않는 구도를 어떻게 하면 바로 잡을 수 있을까.
마음속 질문은 길게 이어졌지만, 지난 일주일 동안 나는 집에서 단 한 번도 펜을 잡지 못했다.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그림 앞에서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내 선은 여전히 거칠고 두꺼웠다.
윤곽은 다듬으려 할수록 더 일그러졌고, 명암을 넣으려 할수록 선은 더 무너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볼펜으로 그린 그림은 지울 수 없으니, 결국 끝까지 밀고 가야만 한다.
어차피 되돌릴 수 없다면, 끝까지 그려내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 어차피 되돌릴 수 없는 거, 끝까지 가보자!'
볼펜 그림의 매력은 바로 그 '지울 수 없음'에 있다.
없는 것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그것은 인간의 삶과 닮아있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이라는 도화지 위에 삶이라는 선을 긋는다. 거기에는 곧게 뻗은 선만 있지는 않다.
나는 질곡의 날들을 살아오면서, 내 의도에 맞게 선을 그은 게 과연 얼마나 될까.
매 순간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최선을 다하며 집중한다 해도 그것이 언제나 옳은 길이기만 했는가.
비뚤어진 선도 그리고, 짙은 후회의 흔적을 남기기고 하고, 때로는 멀리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굴곡진 선을 지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결국 지금의 내 모습이 아닌가.
그런 여러 순간들을 겪으며 나는 그렇게 내가 되지 않았던가.
'이건 내가 아니야. 나는 이렇게 되고 싶지 않았어!'
부정하고 싶은 그 모습마저도 내가 아닐 수는 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바른 선을 긋는 일이 아니라 끝까지 선을 이어가는 것이다.
삐뚤어진 선은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주고, 굴곡진 선은 그 이면의 빛을 더 선명하게 돋보이게 하는 바탕이 됨을 깨닫게 하기도 한다.
포기하지 않고 끝내 완성에 다다르는 것, 그 과정이야말로 내 인생에 대한 가장 영웅적인 태도가 아니겠는가.
그날 사람들은 테이블에 모여 저녁을 나누었지만, 나는 저녁으로 싸 온 고구마 한 조각을 먹으면서 자리를 뜨지 않았다. 비장한 마음은 간절한 마음이 되어서 나는 계속 그렸다.
"이 정도면 완성이에요.
이제 그만하셔도 되겠어요"
그 말에 깜짝 놀라 순간 멈칫했다.
언제 왔는지 옆에는 선생님이 서 있었다.
'이게 완성이라고? 정말?'
'완성'이라는 말에 어쩐지 부끄러움과 아쉬움이 스쳤다.
내가 보기엔 부족함 투성이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그려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마음이 놓였다.
"네, 잘하셨어요. 그만해도 돼요.
밑에 오늘 날짜를 적으세요."
화실의 사람들이 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오! 첫 그림인데 잘 그렸네요."
"윤곽이 살아있네요. 선에 힘이 있어요."
그들의 칭찬이 쑥스러웠지만, 그림 밑에 날짜를 적었다.
마치 사인을 하듯 숫자를 적는 손이 떨렸다.
나는 오늘,
굴곡졌던 나의 선 위에
'완성'이라는 이름을 새겨주었다.
한 편을 완성하고 나니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좀 더 선명하게 알 거 같았다.
해피마망의 드로잉 에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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