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무작정 찾아가다

- 처음이에요

by 해피마망


볼펜 드로잉에 대한 마음을 더 빨리 행동으로 옮기도록 불을 붙인 건, 또 하나의 다른 그림을 보면서였다.

체크 머플러를 두르고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있는 소녀의 초상.

따뜻하고 섬세한 선들이 모여서 하나의 빛이 된 그림이었다.


나는 그 그림을 그린 작가에게 바로 연락했고, 무작정 작가를 찾아갔다.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며 거의 두 시간이 걸렸지만, 내 마음은 구름처럼 들떠있었다.


"그림은 그려보셨어요?"


SNS에서 몇 마디 대화를 나눈 것이 전부였지만 작가는 반가이 나를 맞이했다.


"중고등 학교 때 미술시간에 그려본 게 다예요."


"아 네, 배우면 다 그릴 수 있어요. 괜찮아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후,

그녀는 내게 사진 한 장을 주면서

그려보라고 했다.

정사각형 도형이었다.

단순해 보이는 그림.

하지만 그 사진을 들고 연습장 앞에 앉자 갑자기 눈앞에 뿌연 안개가 낀 듯 마음이 막막해졌다.

어디서부터 먼저 선을 그려야 할지 몰랐다.

몇십 년 만에 정식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니 온몸이 긴장이 되었다.

볼펜을 잡은 손이 저절로 덜덜 떨렸다.


두 시간에 걸쳐서 결국 나는 그림을 완성했다.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그림을 보이자 작가는 살짝 웃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을 줄 알았다.


"이건 정사각형인데 해피마망님은 직사각형을 그리셨네요~"


그렇다. 나는 정사각형 도형을 직사각 기둥으로 그려버린 것이다.

명암도 넣고 선도 열심히 그렸지만 애초에 기본이 잘못된 그림을 그린 것이다.

이건 잘 그리고 못 그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 인식의 문제였던 것이다.

이 정도의 변형이면 괜찮을 줄 알았다.

혼자서, '이 정도쯤이야 '하면서 스스로에게

관대한 여지를 주었던 것이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지나갔다. 수업이 끝나고, 인사를 건네는 작가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 주에도 또 올게요."


돌아 나오며, 나는 마음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바보같으니라고.

바보같으니라고...

뭣도 모르고 교만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좌, 교본/우, 내가 그린




"서툴러도 괜찮아요, 인생도 드로잉도"


* 안녕하세요, 해피마망입니다.


드로잉 에세이, <수요일엔 선을 긋는다>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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