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은 눈의 조각가

by 끌로드

두 눈을 감고

세상을 바라보는 습관이 있다


지나온 풍경을

엄마와 아빠를

그리고 그녀를


가만히 앉아 그녀를 떠올리면

부분의 전체로

조각조각 이어 붙이게 된다


커다란 눈

높지만 약간의 둔덕이 있는 코

얇은 입술, 옆 점 하나


그리고 베일듯한 턱 선 아래로

시기마다 내려앉았다 녹기도 하는

살색의 눈


그녀의 표상들을 이리저리 맞추다 보면

처음엔 그럴듯한 초상이 나온다


그러다 사소한 것까지 그녀를

그려내려고 하면

부분의 전체로

부서진 거울조각에 그녀가 비친다


편집증적 비평일까

몰두에 몰입

몰입에 몰두의 끝은

이상향 안에 품어진

조각된 그녀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눈을 감고 세상을 바라본다


왜곡된 것 들도

망각이 만들어낸

기억과 감정의 협주곡


지금을 들숨에 잡아보려다

날숨에 영원히 지나가지만

감은 눈 속에는

그때의 모든 것들이 영원히 스민다


기억의 붓으로 감정의 색을 찍어

무량한 공간 안

도화지에 그려내면


현실의 그녀와는 다른

내 시선에 마음이 담겨 가닿은

그때 그 당시 나의 그녀만 남는다


모든 것이 늙고, 추레해지고

필연히 소멸한다 해도

지나온 모든 날의 추상이

영원히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으며


오늘도 두 눈을 감고 그녀를 바라본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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