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결혼해야겠지
다르지 않은 저녁
다르지 않은 식탁
다르지 않은 그에게
텁텁한 혀에서 돋아난 꽃가루를 날려보는데
화분으로 가닿든
분진으로 낙화하든
메마른 단어들의 집합을
피워내는 것은 온전히 그의 몫
선택을 강요한자는
억겁의 기다림으로 침잠한다
달그락 거리는 식기 소리
흔들려 떨리는 맥박 소리
방안 가득 매운 적막은
고민들의 소란과 소동
대법관의 선고가 떨어지기 전
소음 속 침묵만이 가득한 영원을 원하는 죄수처럼
나 또한 세인이 아닌 수인임을 자초한다
그가 얼음처럼 찬 호흡과 물을 마시고
불안을 뱉으며 가만히 나를 쳐다보다
만연한 소음 못내 잦아들었는 듯
무어라 말한다
인고의 형벌로 정적에 갇힌 두 귀 대신
망막만이 간신히 그의 입술을 쫒으니
좋아
짧은 판결 뒤로
꽃 내음이 몰려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