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판결

by 끌로드

아무래도 결혼해야겠지


다르지 않은 저녁

다르지 않은 식탁

다르지 않은 그에게

텁텁한 혀에서 돋아난 꽃가루를 날려보는데


화분으로 가닿든

분진으로 낙화하든

메마른 단어들의 집합을

피워내는 것은 온전히 그의 몫


선택을 강요한자는

억겁의 기다림으로 침잠한다


달그락 거리는 식기 소리

흔들려 떨리는 맥박 소리

방안 가득 매운 적막은

고민들의 소란과 소동


대법관의 선고가 떨어지기 전

소음 속 침묵만이 가득한 영원을 원하는 죄수처럼

나 또한 세인이 아닌 수인임을 자초한다


그가 얼음처럼 찬 호흡과 물을 마시고

불안을 뱉으며 가만히 나를 쳐다보다

만연한 소음 못내 잦아들었는 듯

무어라 말한다


인고의 형벌로 정적에 갇힌 두 귀 대신

망막만이 간신히 그의 입술을 쫒으니


좋아


짧은 판결 뒤로

꽃 내음이 몰려든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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