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파편/김준한
낭떠러지까지 내 달릴 수 있는 용기 흔했다면
요란한 엔진 소리에 가린 목소리들은
구름 속 별보다 깊게 묻혔을 것이다
뚫어져라 바라보던 명단에 한 줄로 돌아온 그는
육중한 선체의 가장
가속도를 올린 건
활주로 끝 추락해 쌓인 두려움
허공 위에 그린 꿈이 바람의 무늬를 부풀렸다
자식들 따라 커 가던 탑승의 무게
아침마다 가족이 건넨 웃음의 승차권 재확인하며
한 채의 집을 싣고 활강했으리라
날개가 꺾인 하늘
오토파일럿과 전자 장치에 벌겋게 꽂혔던 그날
가중된 바람의 밀도
짙어진 구름 따라
팽창한 비명이 온몸 적셨다
당신은 무능하다
굵어진 비난의 빗줄기 견디며
휘어진 날개 바로 세우려던 자존감
방향타를 잡고 부르르 떨던 손
광활한 세월 애당초 정해진 항로는 없었던 것을,
끝내 균열 간 하늘 끌어내린 파열음
어제에서 오늘로 건너오지 못한 바람의 파편이 거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