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김준한
이제는 생살 베던 날 녹슬었나
골목귀퉁이 부딪혀 맥없이 뭉툭해진 바람
얼음같이 뭉친 근육, 다 녹은 다리로
도착한 인력 사무소
박 씨가 흘리는 담배연기 잔설처럼 녹아내리고
움막 같은 몽우리 속에서 나온 사람들
더러는 생명부지 낯선 이들,
겨우내 언 땅 뚫고 나오는 봄나물 보다 먼저
고개 삐쭉 내밀었다
지각한 김 씨의 대기 순번
얼어 죽지 않았다는 인사 뒤에 밀리고
굶어 죽지 않아 다행이라는 인사가
햇살처럼 탱탱하다
매화보다 게으른 최 씨 옹졸했던 마음
겨우내 야윈 전봇대 뒤에 감추고
몇 잔 돌린 커피 인심 꽃보다 먼저 피었다
배정표 제일 먼저 받고 얼굴 활짝 핀
이 씨 따라, 웅크렸던 사람들 만개하는 소리로
시끌벅적해 가는 인력 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