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들의 똥이라는 것이
김준한
그저,
잘 익은 음식이면 좋겠네
평범한 이들의 식탁 위에 놓이는
작은 허기를 채워 주는
그런 싸디싼 양식 한끼면 좋겠네
그리하여 온전하게 그대 온몸을 돌고 돌아
피가 되고 살이 되어
봄날 부드런 흙가슴 열고 오는 들녘의 꽃들처럼
구수한 향기로 건너와
항문 힘주고 싸재끼는 똥이면 좋겠네
때로는 설사 되어
그대 인상 찌푸리면서
꽃 몇 송이 피울 수 있으면 좋겠네
똥이라는 것이
아 아, 우리들의 똥이라는 것이
청소 되는 절망이 아니라면 좋겠네
내 가슴 악취 되어 잠시 인상 쓰는 분노가 아니라
조그만 빵 한조각 나눠 먹을 줄 아는
순하고 욕심 없는 기쁨이면 좋겠네
먼저 건넬 줄 아는
그런 넉넉함이면 좋겠네
그리하여 그치지 않고
결코 거역하거나 배반할 줄 모르는 거름이 되어서
그 눈빛 하나로 세상 건널 수 있으면 좋겠네
아 지금 우리들의 똥이라는 것이
들녘 여기저기 피어나는 꽃들의 뿌리 적시는 진한 거름이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