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 위에 만드는 길
김준한
밤새 비에 젖은 허공을 다진다.
바람을 등지고 곱씹는 세월의 밑단,
질퍽한 땅에 세웠던 무모한 순간들이
쓰러진 파이프처럼 널려있다.
바람이 먼저 밟고 간 허공 위에
발판을 놓는다.
올려다본 하늘엔 가닿지 못한 꿈들이
구름처럼 부풀어 오르고
내려다본 땅이 지난날처럼 아득해진다.
한 단, 두 단, 고층 아파트보다
먼저 올라가는 허공의 길
목수도 철근공도 그 길을 밟고 오른다.
6미터, 4미터, 2미터, 동강 난 파이프까지
저마다의 다른 사연들 이어 부치고 나면
마침내 우뚝 서는 하루
과욕을 부렸나
높이 세웠던 사랑이 아찔해지자
중심 잃은 몸 휘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