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의 해외 생활

내성적인 성격 #3

by 민지글

생각해 보면 나는 내성적이지만 되게 잘 웃는 아이였다.

낯가림도 심하고 말주변도 없고 그냥 어색하니까 웃음으로 때울 수밖에 없었다. 내향인이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든 자주 보는 사람이든 어쨌든 사람을 보면, 눈을 마주치면 만나면 표정 만은 늘 웃는 얼굴이었다. 행복해서도 즐거워서도 아닌 그냥 어색해서, 오해받기 싫어서였는데, 이게 생각보다 좋은 이미지와 인상에 미쳤던 것 같다.


지금은 해외 버전 (?)으로 조금 업그레이드되어서 미소, 눈 맞춤, 인사 지키려고 하는 데 이게 나의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뭐랄까 눈웃음은 필요 없고 입만 웃는 : ) 딱 이 스마일 이모티콘인 게 중요하다. 이 이상일 경우엔 오히려 오해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인사는 이곳의 문화라서 어쩔 수는 없지만 어떻게 아이컨텍과 인사까지 하는지 참 나도 많이 발전한 것 같다.


해외에서는 특히 동양인 여성의 만만한 이미지 때문에 인종차별을 당하거나 봉변을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일단 사람과 눈을 마주치게 될 때 미소를 짓고 있으면 오히려 함부로 대하거나 무시당하는 일들이 적었던 것 같다. 또 특히 외국인이라 괜히 오해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비언어적인 행동과 표정을 많이 사용했던 것 같다. 서비스 직군에서 일하면서 일과 이곳 문화 특성상 좀 더 활발하게 특히 손님을 친구처럼 대해라, 목소리 톤을 높여라, 대화 스킬을 키우라는 등의 피드백을 받긴 했지만. 어쨌든 이 비언어적인 행동과 모습이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나의 인간관계의 난이도를 좀 더 낮게 만들어주었던 것 같다.



나의 삶은 늘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는 상황의 연속이었고, 그래서 가면을 쓰면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말을 하는 것 자체는 부담이 없다. 적당한 거리감이 있는 관계가 오히려 나에겐 제일 편한 상태고 면접을 보는 것을 즐기기도 하다. 새로운 만남 면접이 편하다 보니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의도적으로 주기적으로 환경을 바꾸는 게 습관이 되었다. 피로감과 번거로움을 주지만 한 공간에 머물러 있는 것보다 구직 활동을 할 때나 새로운 사람들을 상대할 때가 오히려 편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유형을 파악하는 재미도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을 깊게 알지는 못해도 대충 사람의 성격과 유형 정도는 파악하게 되는 것 같다.


결국은 사람은 다 비슷비슷한 것 같다는 게 결론이지만. 학창 시절부터 전학을 다니면서 분명 생김새도 가정환경 모든 게 다른데 뭔가 겹치는 캐릭터의 친구들이 꼭 있었다. 마치 도플갱어처럼 유독 성격, 말투, 표정 결이 겹치고 비슷한 유형의 친구들을 발견할 때면 혼자 신기해했다. 그래서 특히 첫인상에서 좁은 데이터이겠지만 사람을 파악하거나 적절히 대응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어쩌다가 보니 내가 만들어버린 이미지엔 낯가림이 있지만 친해지면 활발하고 쿨할 것 같은 인상을 많이들 받는 것 같다. 그렇지만 현실의 나는 회피하는 성향 때문에 아무리 가까운 관계라도 상대가 그 선을 넘을 때마다 버릇처럼 벽을 치고 거리를 둔다. 조금이라도 갈등 상황이 생기면 깊어지기 전에 일방적으로 도망쳐버린다. 상처받고 싶지 않은 미성숙한 행동이다.


친밀한 관계에선 진짜 나의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으니 너무 부담스럽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성숙 해진듯하지만 가까운 인간관계는 여전히 어렵고 어린아이가 되어 있는 나의 모습을 본다.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은데 자꾸만 도망치거나 받기만 하는 어린아이가 되어 버려서 그런 나를 차마 받아들이지 못해 내 주변에 사람들을 많이 두지 못하고 자꾸만 도망쳐버린다.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정상적으로 친해지는 과정이 뭐였는지 이젠 잘 알지도 못하는 것 같다.



그래도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혼자면 외롭고 함께면 외롭다. 내성적인 나는 일찍이 괴로움보다 외로움을 선택했고 그래서 이 빈 공간을 채우려고 애써왔다. 나에겐 너무 당연한 선택들이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너무 비정상이고 덜 행복해 보이기도 한다.



여행을 하면서 일을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성취한 사람들을 엿볼 기회가 있었다. 겉 보기에 똑똑하고 멋있는 모든 걸 갖춘 완벽한 사람들도 결국 혼자서는 빛날 수 없구나를 느꼈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돈과 지위를 가진 사람들도 사적인 인간관계에서 만큼은 혼자가 되어 외로운 순간을 보면서 모든 게 불공평하더라도 결국 사람이 느끼는 감정 특히 외로움만큼은 꽤 공평하다고 느꼈다. 결국 사람은 사람들 속에 있어야만 완성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고, 특히 한국처럼 자본주의가 극대화된 사회에서 벗어나 가족이 우선순위인 곳에서 살다 보니 더 자주 느끼는 것 같다.



지금 나는 혼자가 더 편하고 이 쾌적함이 너무 좋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 불리해지고 행복과는 멀어지는 것을 느낀다. 욕심이 많은 나와 인간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의 핑계로 인간관계를 미루고 있지만 모든 것들을 혼자 할 수는 없다. 나를 위해서라도 부족함을 인정하고 부딪히면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편안함, 자존심, 성취감, 자아실현 말고도 결국 사람들과 주고받는 관계 통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더 이상 나의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괜찮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고, 그런 사람을 한 명이라도 찾는다면 나에겐 기적일 것 같다.

keyword
이전 09화성격을 바꾸지 않아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