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을 바꾸지 않아도 될까?

내성적인 성격 #2

by 민지글

나에게 인간관계란 수많은 오답을 통해 답을 찾았더라도 굳이 제출하고 싶지 않은 시험지와 같다.


그렇지만 사람이 인간관계를 포기한다는 것은 행복을 포기하고 싶다는 말이기도 한 것 같다. 물론 외로움을 덜 타서 혼자서도 충분한 사람도 있고 혼자여서 느끼는 자유과 해방감도 있지만, 결국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고통도 행복도 늘 사람과의 관계 속에 있다.


나도 언젠가는 좋은 성숙한 인간관계를 맺고 싶다는 열망이 있고 그래서 종종 시도도 해보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결국 혼자가 된다. 혼자서 열심히 살고 괜찮다가도.. 이래도 될까? 나 혼자 고독사 하진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든다. 친구가 많이 없다는 것은 나에게 큰 약점일 수 있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와 변명이 있다.


일단 나의 시작은 쉽다. 감사하게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의 첫인상에 긍정적으로 어필되는 요소들이 많아서인지 꽤 좋은 이미지로 인식해 준다. 그렇게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단계 속에서 상대방이 예상했던 나의 이미지와 실제의 차이 때문에 당황하는 상황들이 자주 연출되는데, 나의 만들어진 이미지는 밝고 활발하고 친절하고 여성스러운 핫핑크 소녀의 이미지라면 내면의 나는 진지하고, 과묵하고, 지질하고, 독립적인 편이라 무채색의 아저씨에 더 가깝기에 상당한 반전 매력이 있다. 뭐 아마 그 정도까진 아니겠지만..; 어쨌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의 밝은 이미지와는 다르다고 느낀다.

그래서 순수하게 나의 껍데기에 호기심과 관심을 보이며 다가오려고 하면 고맙지만 너무 부담스럽고 당황스럽다.


그런 일들을 꽤 자주 겪었다. 본인들처럼 화려하고 쿨한 모습을 기대하고 다가오다가 숨겨있던 나의 지질한 내면을 확인하고는 실망하고 떠나는 사람들? 특히 자극을 쫓는 외향인들 중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은 언제나 주의 대상이다. 동시에 때 묻지 않은 착하고 좋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 밝음과 따뜻함이 나의 무채색에 오염돼서 변색되어버릴까 봐 불안해서 도망친다. 알 수 없는 나와 상황들이 반복되고 데이터가 쌓이다 보니 피하게 되기만 한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들 안 붙잡는 굉장히 쿨한 (?) 인간관계를 하게 되었다.

인간관계에 굉장히 소극적이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사람들의 인간관계 고민에 공감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아졌다. 생각보다 본인에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과 마음을 쉽게 주고받고, 집착하고 그래서 쉽게 상처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외로움을 느끼고 그 공허함을 사람으로부터 채우려고 하는 게,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를 또 사람으로부터 치유하고 싶어 하는 게 사람의 본능인 듯싶다. 물론 우정이든 사랑이든, 사람 간에 주고받는 긍정적인 상호작용과 소중한 마음이 나의 삶에서 필요한 부분은 맞지만.


모두와 이상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내성적인 나에겐 불가능하다. 어떤 사람을 만나든 아무리 소중한 사람이라도 기가 빨리는 것은 물론이고, 스스로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도 생각하다가도 배려가 없는 사람들 안에서 내가 없어지는 기분이 드는 게 정말 별로다. 평소엔 앞만 보고 빈틈없이 열심히 살다가도 주변을 둘러봤을 때 나에게 남은 사람들이 없어지고 점점 고립되어 가는 걸 보면, 나의 인간관계가 극히 비정상적이라고 느끼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도 많이 되고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 아마 혼자 또 상처를 받고 그래서 그 회복되는 시간을 견디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그런 게 아닐까. 이럴 땐 내성적이고 예민한 내가 너무 싫다.



성격을 바꾸지 않아도 될까?

확실히 살면서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손해 보고 오해받는 순간들이 많다. 그래서 오랜 시간을 나의 이런 성격을 바꾸려고 애썼지만 매번 실패했고, 정말 쉽지 않았다.


일단 내향인의 유전자가 가득하고 미술을 오랫동안 하기도 했고 성향 때문인지 내성적이고 조용하고 차분한 편이다. 또 변명이라면 불안정한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안정적인 관계를 맺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물론 계속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첫인상에서의 호감을 느낄만한 인간관계 요소들이라든지 사회성들이 조금씩 습득하게 되었고 그래서 받는 오해들에서 괴리감을 느끼긴 하지만. 어쨌든 나는 결국 혼자 있는 시간이 더 편하고, 점점 더 내성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짧은 통계상 평균적으로 세상엔 내향인의 비율이 좀 더 많은 것 같고 느꼈다. 모두가 멀쩡한 척 살아가는 듯하지만 막상 1 대 1로 대화를 하다 보면 나처럼 가면을 쓴 소심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 어떤 사람들은 어떠한 계기와 충격요법으로 활발해져서 핵인싸가 돼서 인생을 좀 더 편하게 살던데. 그들과 나에겐 살기 위해서 만들어진 사회성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늘 병풍 역할을 좀 더 많이 하게 되고 그래서 겉보기에 적극적이지 않고, 그럴듯한 결과물을 보이기 전까진 능력이 없어 보이는 편견과 오해를 받는 경우도 많다. 내향인과 외향인 둘 다 비슷한 능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결국 성과와 평판은 적극적인 외향인들이 더 높은 게 보통이다. 사회생활에선 보이고 노출되는 부분이 성과로 작용하는 일들이 많고 그게 실수든 뭐든 적극적인 모습 자체를 좋게 봐주는 분위기가 많다. 특히 상사나 동료가 외향인일 경우 이런 내향인을 이해하고 공감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힘들 수 있다. 인맥이 중요한 외국에서는 당연하게도 좋은 인간관계를 가진 활발하고 좋은 성격으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내향적인 사람으로 살기엔 너무나 많은 핸디캡과 기회를 놓치는 때가 생각보다 많다.


결국 성격을 바꾸기보다는 나의 단점과 강점을 받아들이고 최대한 나의 장점과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내성적인 모습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그러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렵지만 나의 장점인 차분함, 예민함, 진지함, 배려, 끈기가 생각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뭔가 조금 더 좋은 사람, 진국인 사람처럼 비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언젠간 이러한 나의 내성적인 섬세함을 이용해서, 나만이 가진 시선과 태도를 바탕으로 가치 있는 것을 쫓고 어떠한 방식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과연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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