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의 스트레스 관리법

내성적인 성격 #1

by 민지글

파워 I로써 평생 살아가면서 부딪혔던 여러 가지 어려움을 얘기해 보고 싶다.


일단 내가 느낀 내향인의 가장 큰 어려움은 밖에 나가는 순간 긴장 모드라 그런가 늘 피곤에 시달리는 것 같다. 늘 불편하다. 물론 친하고 편한 관계에서는 좋긴 하지만 늘 그렇지도 않고, 에너지의 방향이 안으로 향한다는 것은 꽤나 피곤한 일이다. 사람들을 만나면 좋은 점도 많지만, 어쨌든 최대한 멀쩡하게 생존하기 위해선 혼자 충전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또 예민하다 보니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주기적으로 오는 이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서 너무 괴로웠다. 평소 스트레스 관리를 잘하지 못하다 보니 잘 살다가도 예상치 못한 순간들에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학창 시절엔 학교가 너무 싫어서 학교에 가기만 하면 배에 가스가 차고 변비 증상이 생기는 과민성대장 증후군이 생겨버렸다. 하루는 배가 너무 아파서 배를 움켜잡고 조퇴를 하던 나는 병원을 가는 그 길 도중에 거짓말처럼 싹 낫는 걸 보고 이게 뭔가 싶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복통은 없어서 나아지나 싶었지만 평소 감정 표현이 잘 없는 나는 울보가 되어버렸다. 갑자기 면접 도중에 들은 말 한마디에, 일을 하다가 갑자기 터져버린 눈물 때문에 모두를 당황스럽게 한 적도 있다. 나도 몰랐던 나의 스트레스들이 쌓였다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눈물로 표출되는 건가 싶었다.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스트레스 관리는 평소에 잘해야 하는구나 싶었다. 보통의 외향적인 친구들은 친구들과의 수다로, 운동 같은 건강한 취미를 통해서, 쇼핑, 음식, 술 유흥으로 해결하는 듯하다. 스트레스의 레벨이 가벼운 수준일 때는 나도 사람들과 좋아하는 음식을 먹거나 플렉스 정도로도 종종 기분전환이 되지만, 내성적이라 그런지 일단 사람들을 만나는 일 자체가 부담스럽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나름의 해소 루틴이 생기게 되었는데 그 정도에 따라 해소하는 방법도 조금 다른 것 같다.


일단 1단계 가벼운 스트레스 레벨일 때는 밖에 나가서 아이스크림이나 탄산을 먹으면서 공원 걷기.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서 흘려보낼 수 있을 때까지 자연의 공기를 맡으면서 목적지 없이 걷고 또 걷기. 딱히 운동을 좋아하지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살기 위해서 걷고 또 걷는다.


2단계는 헬스장에 가서 유산소 운동으로 땀을 흘려서 몸을 피로하게 만들기. 굉장히 이상적이고 적극적인 방법인데 그만큼 빠르게 기분이 나아지는 방법이기도 하다. 러닝머신 경사도를 15로 만든 다음 음악이나 유튜브를 보면서 천천히 걷다 보면 20분만 지나도 땀을 흘리기 때문에 한 30분 정도 지나다 보면 개운하기도 하고, 그렇게 몸을 피로하게 만든 다음 쓰러져서 씻고 바로 잠에 들 수 있다.


3단계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서 정말 서럽고 펑펑 울고 싶을 땐 소주 한 병 사서 마시면 금방 잠에 든다. 사실 알코올에 의존하면 가장 빠르고 간편하긴 하지만 알코올 중독자가 될 수는 없으니.


정리하고 보니 허무하게도 결국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결국 걷기 아니면 수면인 것 같다.

어쨌든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으려면 스위치를 꺼야 하는데 움직이거나 자고 나면 조금 나아지는 경우가 많았다.


종교생활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에는 도무지 신앙심이 생기지 않아서 실패했지만 그 대신 비슷한 계열인 요가와 명상을 발견했다.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다가 발견했는데, 저렴하진 않지만 큰맘 먹고 요가원 회원제로 결제해서 정기적으로 수업을 듣는데 너무 좋다. 사실 요가 자체가 힌두교에 기반한 의식 같은 것이라서 변형된 다양한 종류의 수업이 있지만 운동보다는 수련에 좀 더 가까운 느낌이다.


그래서 요가를 알게 될수록 종교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차분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며 특히 명상 위주의 수업이 나의 정신건강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흔히 요가하면 떠오르는 동작 위주의 하드코어 수업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각자의 상태와 속도를 존중해 주는 느낌이고 수업의 처음과 끝에 명상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생각을 비울 수 있고 차분해지는 게 종교 생활의 대체재인 느낌도 든다. 물론 본인에게 잘 맞는 강사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자격증을 따서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목표도 생겼다.


이 외에도 내향인에게 어울리는 스트레스 해소법은 글을 쓰거나 자연 속에서 파묻혀서 멍 때리는 것도 좋은 해소법인듯하다.



아마 내가 좀 더 외향적인 사람이었다면,

사람들과 함께 부딪히며 감정을 나누고 서로를 위로해 주며 일상 속에서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텐데 늘 혼자 있는 시간 동굴이 필요한 내가 유난인 것 같은 생각에 속상하기도 한다. 보통의 사람들처럼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내 힘듦은 모두가 겪는 것이고, 그래서 별거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그 과정 속에서 위로도 받으며 자연스럽게 인간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이 나에겐 너무 어렵다. 부정적인 감정을 주고받는 그 관계와 대화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주변 누군가가 힘들다는 속마음을 털어놓을 때도 뭔가 어색하고, 반대로 나의 힘듦을 나눌 땐 상대에게 괜한 죄책감이 들어서 어느 정도 해결된 뒤 이런 일이 있었다고 털어놓거나 괜찮은 척 얼버무려버린다. 아픔과 슬픔은 나눠야 한다고 하지만 글쎄. 나는 그냥 혼자 해결하는 게 편하다. 자주 찾아오는 나의 사소한 고통을 누군가와 나눠서 전염시키고 무겁게 만들어버리는 나 자신이 나에겐 더 스트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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