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지상주의 #2
어쨌든 나는 성형 덕분에 더 예뻐졌고 좀 더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다.
예뻐졌다기보단 조금 더 사람들에게 익숙한 깔끔한 호감상에 가까워졌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눈이 인상에 정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깨달았다. 이전에는 날카로운 눈매 때문에 표정이 없을 때 부드러운 인상은 아니었는데 동그랗고 큰 눈으로 변신해서인지 이목구비가 좀 더 세련되지면서 좀 더 성격도 좋아 보이고 웃상에 좀 더 가까워졌다. 확실히 전보다 사람들의 외모에 대한 관심과 언급이 많아졌고, 첫인상에서 좀 더 좋은 이미지를 준다는 것을 느꼈다.
수수함보단 화려함과 세련됨이 더 어울리는 얼굴. 뭔가 어디서 많이 본듯한,, 시대에 맞는 얼굴이랄까?
드라마틱한 변신은 아니더라도 어쨌든 내 변신 후 사람들의 호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는 점은 인생이 달라질 정도는 아니어도 알게 모르게 어떤 상황이에서든 더 많은 기회를 주었다는 느낌은 확실히 있다. 첫인상에 있어서 유리한 사람이 된 것에 대해서는 큰 장점이 된 것 같다. 다만 가끔은 기대하는 특정 이미지와 기대치가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선명해진 인상만큼 커진 눈만큼 (?)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밝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듯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성형은 나의 자존감엔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은 듯했다.
"예쁘시네요 - " "연예인 누구 닮았어요 - "라는 말을 들어도 딱히 기분이 달라지지도 않고, 아주 가끔 과한 외모 칭찬을 듣거나 주목되는 상황에서 당황스럽고 죄책감까지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 이렇게 예쁜데 왜 이렇게 자신감이 없어?"라는 말도 종종 들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외모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서 나의 만족을 위해 성형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외모 상태를 곧 나의 자존감과 자신감으로 연결시키는 것에 의문을 갖게 되었다.
해외에서의 외모 에피소드
외국에서 살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도 한국의 외모 지상주의에서 벗어나고 싶어서도 있다.
해외에 나오면 확실히 사람들의 시선과 외모에 딱히 신경 쓰지 않게 된다. 미의 기준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인종이 다른 곳, 아시아 지역과 멀어질수록 확실히 외모에 대한 신경도 덜 쓰고 딱히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비유를 하자면 한국에는 동그라미와 무채색만이 있다면 이곳엔 네모 세모 무지개 색인 느낌이다.
특정 외모에 대한 생각이나 의견이 인종 차별이 되고 무례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조심하는 것 같기도 하다.
눈코입의 모양과 얼굴 크기, 피부, 표정, 몸매가 아닌 의상 스타일,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향수에 대한 언급 정도로 한다. 그래서 해외에 살 때 확실히 외모 자존감이 높아지는 기분을 느낀다. 완벽하게 차려입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이 있고 사람들의 편견이 없다. 적어도 겉으로는. 물론 한국의 세련된 스타일을 고수하면 외모 칭찬도 많이 받고 호감으로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지만 한국에서의 나의 꾸밈은 결국 남들이 정해둔 그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게, 유행에 뒤처지지 않게, 과하게 보이지 않아야 함이 목적이었던 것 같다. 나의 만족보다는 사람들의 평가 시선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꾸밈이었던 것 같다.
외국에 살면서 굳이 한국의 스타일을 고수하지 않아서 편안하게 다닐 때도 많았는데, 웃기게도 나의 출신을 많이들 헷갈려하더라. 아무래도 변신 후 이목구비가 진해졌고, 또 워낙 잘 타는 피부 때문이라 그런지 스타일에 따라 늘 출신을 의심받았다. 중국 일본부터 가까운 동남아시아 쪽까지 다양하게 들어봤다. 외국인 친구들과 스몰 톡으로 인종 맞추기 게임을 할 때마다 친구들이 자기네 나라 출신 아니냐는 말들을 많이 들었다. 특히 아시아 국가를 여행하다 보면 그렇게들 나에게 현지어로 길을 묻는다..
최근엔 트램을 기다리다가 태국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싸와디캅-이라고 하면서 태국어로 길을 물어보았다.
말고도 이전에도 태국 친구들과 일할 때도 너 태국인 아니냐면서 의심했고, 일본인 친구들도 나에게 일본인인 줄 알았다며 나한테 일본어로 먼저 말을 거는 경우도 많았고, 중국인들은 뭐 워낙 영어를 하는 사람이 잘 없기도 하고. 그들은 모두에게 언제나 중국어로 말을 거는 것 같긴 하다. 특히 여름에는 피부가 더 타고 딱히 화장을 진하게 하지 않을 때가 많아서 스타일에 따라 변신이 가능한가 보다. 그 밖에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몽골 등등 골고루 있었다.
한국에서도 외국인 친구들 무리에 있을 때는 나도 자연스럽게 외국인으로 오해하시거나, 해외에 있는 한국 분들도 먼저 말하지 않으면 외국인이라고 생각해 영어로 소통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한층 진해진 인상에 인종 불문 좀 더 친근한 얼굴이 되었으니 당황스럽지만 뭐 재미있는 상황들이 많아졌다.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들
아름다움이 중요한 사회에 살다 보니 성형도 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아름다움이 뭔지 더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외모지상주의가 한순간 바뀌지는 않겠지만 무조건 아름답다고 매력적이진 않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비율의 시각적인 아름다움과는 별개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매력적으로 느끼는 요소들이 있다.
예를 들면 많은 사람들은 모두 완벽한 게 좋다고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자신감 있는 당당한 태도, 생동감, 여유, 반전 매력, 친근함 등에 호감을 더 많이 느끼는 것 같다. 그리고 생각보다 아름다움은 완벽보다는 불완전한 요소들에서 나올 때 더 강력한 것 같다.
그중에서 귀여움의 힘은 대중적이고 아름다움을 이길 만큼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귀여움은 긍정적인 뜻이긴 하지만 완벽한 아름다움과는 멀고 오히려 부족함에서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유아적인 특징도 있겠지만 뭔가 부족한 생김새가 될 수도 있고, 서툰 행동이 될 수도 있고,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건드려지면 그게 매력적으로 느끼는 게 아닐까.
개인적으로 나의 취향의 아름다움은 고유의 '자연스러움'과 '개성'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무조건적인 완벽한 아름다움이 중시될수록 점점 고유의 매력이 더 귀해져서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뭔가 억지스럽고 과한 느낌이 들거나 뭔가 어디서 본 듯한 것들에선 마치 향기가 없는 꽃처럼 딱히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세상이 하나의 기준보단 좀 더 각자 고유의 매력으로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뭐든 다양할 때 건강하고 아름답고 느낀다. 완벽한 비율의 화려한 스타들보다는 카리스마 있지만 무대 아래선 수수한 분위기의 모델들이 더 아름답다고 느꼈다. 화려함보다 수수함에서 오는 아름다움이 더 좋고 편안하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나는 변신 후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더 받긴 했지만,
변신 전 여백의 미가 넘치고 흐릿한 인상의 내가 나의 취향에 더 가깝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