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모지상주의 #1
외모지상주의, 자본주의 세상에선 아름다운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이다. 이젠 인공미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성형이 더 이상 흠이 아닌 듯하다. 전후가 다른 누군가를 보고 손가락질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당장 보기에 아름답다면 상관없다는 분위기다.
아름다움을 원하고 가꾸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지나치게 정해진 미의 기준만을 강조하고 집착하는 사회 분위기가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충분히 괜찮고 아름다운데, 굳이 사람들의 시선과 사회가 만들어진 기준을 위해 고유의 매력을 없애고 끼워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망가지기도 하는 모습을 볼 때면 과연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피나는 노력으로 기준에 끼워 맞추고 결국 인정받는 삶을 사는 사람도 많지만 적어도 나의 눈엔 그들이 아름다워 보이진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도 결국 스무 살이 되던 해 성형을 하게 되었지만.
성형을 하게 된 이유
인생은 생각대로 계획 대로 되지 않는다. 어쩔 땐 운과 타이밍이 전부인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성형을 결심한 건 예뻐지기 위함보단 자존감에 있었는데, 너무나 낮아진 자존감 때문에 뭔갈 해야 했고 그게 하필 성형이었다. 인생에 첫 실패를 겪은 스무 살의 나의 자존감은 바닥 아래 지하쯤에 있었다. 그때 만약 좌절하고 힘들지 않았더라면 굳이 성형을 선택하진 않았을 것 같다.
평소에 나의 외모에 대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별생각이 없는 편인 것 같다.
외모 콤플렉스도 없었다. 너무나 평균의 외모였고, 딱히 못나지도 않았고, 눈에 띄는 외모가 아니었으니까.
당연히 예쁘고 화려한 사람들을 보면 혹하기도 하지만 그건 마치 사람마다 타고난 재능을 가진 것처럼, 애초에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외모가 특징인 사람도 있는 거고, 나는 다른 매력이 있을 뿐이고. 나도 꼭 저렇게 되어서 관심과 사랑받아야만 해 -라는 생각은 없었다. 당시만 해도 성형은 엄청난 외모 콤플렉스가 있거나 연예인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과 달리 내가 사는 세상에선 외모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중요했던 것 같다. 사춘기가 오면서 주변 사람들의 말과 평가들에 더 예민해지기 시작했고 점점 외모 자신감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외모 자존감의 결정권은 내가 살아가는 환경과 주변 사람들에 있었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의 외모 평가는 전혀 타격감이 없지만 그게 나와 가까운,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항상 그렇지는 않았지만 언제부턴가 주말이나 휴일이 되면 가족과의 외식 자리가 공포스러웠던 것 같다. 기분 좋게 맛있는 것들을 먹으면서 시작하다가 중간에 꼭 나의 외모 상태와 평가가 그들의 안줏거리가 되면서, 일방적으로 성형을 단정 짓는 그 말들까지 나오게 되고. 정말 내가 그렇게 못생겼나? 다시 생각해 보게 되고 주눅 들고 기분 상하는 일의 반복이었다.
물론 당시엔 지금보다 외모에 대한 언급이 자유로웠고 그래서 농담이라고만 생각하기도 했지만, 소심하고 상처를 받는 나는 혼자 속앓이 했다. 그땐 내가 예민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상처받아도 되는 것들이었다.
미의 기준에 대한 가치관도 없는 상태에서 어른들의 일방적인 평가들이, 칭찬이든 지적이든 다 불편했을 뿐이다. 물론 의도적으로 그러시진 않았겠지만 툭툭 던지는 그 한마디가 얼마나 크게 다가오는지 모르셨을 것 같다. 어쨌든 나는 늘 내 모습에 충분히 만족한다며, 충분히 똥 씹은 표정으로 불쾌한 티를 팍팍 냈다고 생각했는데.
가족들은 고등학교 졸업을 하던 해에 졸업선물이라며 성형 권유를 하셨다. 한 분의 의견만이 아니라 두 분 모두 같은 생각이셨다. 물론 강요는 없었지만 생각보다 진지하셨고 정말 원하셨다. 지금 하지 않으면 후회할 거고, 삶이 더 나아질 거라고, 너에게 부족한 자신감도 더 생길 것이라고. 그저 농담반 진담으로 하시는 말씀인 줄 알았는데. 충격이었고 상처였다.
생각보다 상처와 충격에서 벗어나는 게 어려웠고, 어찌 되었든 아직도 그들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덕분에 나는 아직도 어떠한 방식으로든 외모 평가를 받으면 일단 불편하다. 특히 그 내용이 더 자세해질수록. 그게 칭찬이든 뭐든. 모르지만 그들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자식에겐 늘 좋은 것만 주고 싶었을 마음만은 의심하진 않으니까.
특히나 한국과 동양 문화권에선, 어린 여성에게 기대되는 외모의 중요성과 그 가치가 내 생각보다 크다는 불편한 진실은 알고 있다. 그래서 그저 그런 뭔가 아쉽고 평범한 딸이 아니라 예쁜 딸이었으면 하는 소망과, 험난한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더 나은 삶을 살아갔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었겠지.
시간이 지나 조금 자란 내가 내린 결론은,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인 영향 때문이든 성형을 권유할 수는 있지만, 가치관 형성이 되지 않는 시기에 일방적으로 외모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태도는 자존감에 큰 영향을 주고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셨던 것 같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성형외과에 가다니
가족들은 지인들의 추천을 받았고 그중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했다. 당시 성형외과엔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유명 연예인들의 사진도 많았고, 4층 건물 통째로 성형외과인 곳도 있었다. 교복을 입은 학생이 혼자 쌍꺼풀 수술을 받고 가거나, 외국인들이 얼굴에 붕대를 감고 돌아다니고, 양악이나 몸매 성형을 하는 사람도 많았다. 손잡고 성형외과에서 상담을 받으면서도 내가 이곳에 왜 있지?라는 의문과 얼굴을 평가받는 그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사실 성형에 대해서 관심도 없고 아는 게 없었기에 어느 부위를 성형할 것인지, 어떤 수술 종류가 있는지,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사실 알고 싶지도 않았고. 그냥 나의 주문은.. 자연스럽게만 해주세요 -였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수술을 결심하고 결국 수술대에 올랐을 때도 제정신은 아니었다. 내가 정말 이걸 하는 게 해야 하는 게 맞는 건지. 인생에 첫 실패를 겪고 나아갈 힘이 없는 상태에서 뭐가 맞는지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생각하면 더 괴롭기만 했으니까. 뭔가 잘못돼도 인생이 끝난다고 해도 일단 지금의 나의 상태와 마음에서 벗어나고만 싶다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어쨌든 하고 나면 얼굴이든 마음이든 뭔가 달라지진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나의 생에 첫 전신마취와 수술이었고, 다행히 큰 이상 없이 끝이 났다. 별거 없었다.
예쁘거나 이상하다는 것보다도 그냥 되게 어색하고 낯설었다. 20년 봤던 익숙한 얼굴 말고 새로운 얼굴이 있으니 붓기에다가 무엇보다 수술 자국 때문에 거울을 볼 때마다 되게 부자연스러운 느낌에 뭔가 한층 느끼해졌네 정도였다. 주변 가족들과 친구들도 예뻐졌다고 하지만 인상이 많이 변해서 못 알아보겠다며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 같다며 말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