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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일우(千載一遇)인가? 탐욕지심(貪慾之心)인가!

[기회]와 [유혹] 사이에서

by GOLDRAGON

살다 보면 몇 번이나 찾아올까.
인생이 흔히 말하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
그리고 그 순간을 마주했을 때, 그것이 진짜 기회인지, 혹은 스쳐가는 유혹인지 우리는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요즘의 나는 그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마치 얽힌 전선마냥 어지럽다.
살아간다라는 일의 무게가 하루를 무척이나 길게 끌고 간다.


나의 글을 혹시라도 읽어온 분들이라면, 내가 어떤 삶을 건너 여기까지 왔는지 어느 정도 알고 계시리라.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았고, 호기심이 컸으며, 새로운 것 앞에서 쉽게 물러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반평생의 길은 단순한 이력보다 여러 결이 겹쳐 있는 한 장의 지도처럼 보인다.

음악을 하고 싶었으나 가시밭길 같은 현실은 그 길을 허락하지 않았다.
체육을 전공했고, 헬스클럽에서 첫 발을 디뎠지만 오래 머물지 않았다.
어린 시절 지켜본 아버지의 회사생활을 따라 제약 영업직에 입사했고,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두통약을 만드는 대기업에서 조직사회라는 구조를 배웠다.

그러나 젊은 시절의 나는 안정보다 변화에 마음이 기울어 있었다.
다시 퇴사했고, 이번에는 대한민국사람 거의 누구나 아는 연예기획사에서 신인을 캐스팅 하는 일을 맡았다.
그때 함께하던 신인 그룹은 지금은 아이돌계의 뿌리처럼 자리 잡았다.
그 시절의 열정은 내게 직접 회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키웠고, 친구와 함께 창업을 시도했다.
결과는 실패였지만, 실패가 하나씩 자리를 잡아 나를 만들던 시기였다.

그 뒤로도 여러 길을 거쳤다.
건강기능식품 회사, 외국계 보험회사.
그리고 결국 '가장 오래 붙잡을 수 있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다시 전공으로 돌아왔다.


헬스클럽을 차려 8년을 보냈다.
그 무렵 결혼을 했고, 어느 정도 마음이 안정되었던 것도 같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전염병인 [코로나]는 모든 것을 멈추게 했다.
지켜온 터전도 문을 닫아야 했다.
잠시 쉬어간 뒤 다시 대형 피트니스 팀장으로 돌아갔지만, 어느새 나는 젊은 코치들과 일선에서 경쟁하기보다 조용히 한 걸음 물러나 서포터 하는 쪽에 가까운 역할이 되어 있었다.

여러 번의 이사 끝에 지금의 경기도 지역에 정착했고, 우연한 기회로 지역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지역을 위해 무엇인가 해보고 싶었다.
여러 단체와 지역행사를 빠짐없이 챙기며 사람을 만나고, 봉사하고, 꿈을 키웠다.
그러나 그 일은 살아오며 처음으로 '의지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벽을 경험하게 만든 분야였다.
사람들에게 받은 실망도, 분노도, 좌절도 컸다.

그렇다고 마음이 완전히 식은 것은 아니다.
지금은 공무직으로 지역 주민들과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고 일하며,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지역과 연결되어 있다.

때때로 동창들의 소식이 들린다.
한 길을 묵묵히 걸어온 친구들은 이제 임원급에 올라 있다.
그들은 말한다.
"한 번뿐인 인생, 너처럼 뜻대로 살아보는 게 가장 부럽다."
그 말이 진심인지, 아니면 흔들리는 내 삶을 향한 듣기 좋으란 위로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리고 지금, 또 하나의 선택이 내 앞에 놓여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음식 매장을 좋은 조건으로 인수할 수 있는 기회.
지인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제안이다.

만약 이 길을 택한다면, 지금의 모든 것을 전부 내려놓고 다시 맨몸으로 처음부터 뛰어야 한다.
시장조사부터 운영, 경쟁력 분석까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마음이 무겁고 머릿속은 복잡하다.

아내와 함께 상의해야 하지만, 결국 선택은 나의 몫이 될 것이다.
올인해야 하는 일.
만약 실패한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회복은 가능할까.

오십을 살아오며 느껴보는 가장 큰 갈림길이다.
이것은 기회일까. 아니면 지나가야 하는 유혹일까.


나는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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